도통사 ‘공자·주자 영정’ 경상대 도서관에 영구 기탁
도통사 ‘공자·주자 영정’ 경상대 도서관에 영구 기탁
  • 윤다정기자
  • 승인 2018.12.18 18:5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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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마지막 왕실 화가 채용신이 그린 작품
▲ 공자·주자 영정

경상대학교 도서관(관장 장봉규 교수)은 18일 오전 11시30분 중앙도서관 회의실에서 진주 도통사(회장 안성효) 소장 공자·주자 영정 영구 기탁식을 가졌다.


이번에 기탁된 영정은 조선시대 마지막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이 그린 작품이다. 채용신은 고운 최치원·영조·고종·흥선대원군·면암 최익현·매천 황현 등의 영정을 그린 인물로, 조선말기 초상화의 대가이다. 서양식 명암법을 도입하는 등 전통과 근대를 이은 화가로 평가받는다.

채용신 화법의 특징은 극세필을 사용해 인물의 수염 하나, 주름 하나까지도 실제적 입체감이 나타나도록 표현한다. 화문석 문양을 깔고 앉은 주인공의 모습, 인물의 비례, 손의 자세와 생김새, 주름, 옷의 문양까지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가 그린 영정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많다. 공자·주자 영정도 채용신 화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전하는 공자·주자 영정 중 가장 사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기탁한 영정이 본래 보관돼 있던 곳은 진주시 내동면 ‘도통사(道統祠)’라고 하는 사우(祠宇)이다. 도통사는 어떤 곳인가?

진주 최고의 드라이브길을 뽑는다면 단연 진양호 일주도로다. 도로를 순환하다가 물안개 휴게소를 만나게 된다. 차를 멈추고 휴게소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진양호 경치는 단연 압권이다. 그러나 이 휴게소 앞에 도통사가 수몰돼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도통사는 공자·주자·안자(회헌 안향)의 영정을 모신 사우이며, 일제시기 유림 조직을 결성해 전국적인 유교 부흥운동을 펼치던 매우 역사 깊은 곳이다.

안향은 고려말 불교의 폐단이 극심하자, 중국으로부터 성리학을 도입한 인물이다. 공자와 주자의 영정을 중국에서 그려와 벽에 걸어두고, 주자학을 연구하는 등 고려 말기 유학 진흥에 큰 공적을 남겼다.

조선말기 경남지역 유학자들도 조선후기 유교의 당파성과 병폐를 지적하는 동시에 외세가 밀려오는 혼란한 시기가 고려말기의 상황과 같다고 인식했다. 이에 공자-주자-안자(안향)를 숭상해 도통을 확립하는 것이 외세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도통사에서 경남지역 인물을 주축으로 유림 조직을 결성했다. 우리나라 유교 부흥 운동을 주도해 전국적인 호응을 얻어나갔다.

1909년에는 안향과 관련된 문헌을 출판하고, 2200여명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유림 조직망을 완성했다. 1912년에는 경기도 파주 영모당에 있는 안향의 영정을 봉안해 오게 하고, 1913년에는 조선시대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을 경기도 화성의 궐리사에 보내 공자·주자의 영정을 그려오게 했다. 그리고 도통사를 건립해 세 영정을 봉안했다.

1917년에는 공자 탄생지인 중국 곡부 궐리에 안효진과 안명식을 파견했다. 공자의 76대손 공영이는 회헌 안향에게 ‘안자(安子)’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자(子)는 공자·맹자 등 성인(聖人)에게만 부여하는 최고의 호칭이다. 공자 후손으로부터 자(子) 호칭을 받은 우리나라 유학자는 안향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공자의 후손은 또 안자(安子) 칭호 외에 조선에 공교지회의 설립을 제안받고 돌아온다. 1917년 8월 혜산 이상규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하고, 도통사에서 공교지회를 설립했다. 이로써 도통사는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곳으로 정착돼나갔다. 그러나 1922년 초대회장 혜산 이상규가 별세하자 조선 공교지회는 구심을 잃고 말았다.

도통사는 남강댐 숭상공사로 인해 도통사가 수몰되자 1995년 현재의 내동면으로 옮겨 세웠다. 화재를 만나기도 하고, 안자의 영정이 도난되는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순흥 안씨 문중과 진주 유림의 관심으로 인해 공자와 주자의 영정을 오늘날까지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

도통사 안성효 회장은 “영정 원본의 영구 보존을 위해 경남지역 고문헌 전문 도서관인 경상대 고문헌도서관에 남은 영정을 영구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경상대 도서관이 잘 보존 관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봉규 도서관장은 “도통사의 정수인 공자와 주자의 영정을 경상대 도서관이 소장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잘 보존·관리해 연구와 교육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경상대 도서관은 채용신의 작품인 공자·주자·제갈공명·정제용 영정과, 이조년 영정 등 5점의 영정을 소장하게 됐다. 이정희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기탁받은 영정과 소장하고 있는 영정을 내년 고문헌도서관 전시실에 전시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이 널리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윤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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