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풍속
이사 풍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19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윤기식/진주 상봉동동 문화위원
"흥부가 대희하여 천번만번 치하하며 대사 뒤를 따라가니 배산임수(背山臨水) 개국하고 무림수죽 두른곳에 집터를 재혈할제 명당수법이 완연하다 감계룡 간좌곤향 탐랑득거문파며 반월형 일자안에 문필봉 창고사가 좌우에 높았으니 이터에 집을 짓고 안빈하고 지내오면 가세가 속발하여 도주 의돈에 비길테요 자손이 영귀하여 만세유전 하오리다” 판소리 흥부가 중에서 집터에 관한 한 대목. 인간에게 있어서 이사한 자기 삶의 터전을 옮기고 새로운 생활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가정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사를 할 때에는 이사해 갈 곳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안배가 요구 된다. 우리의 선인들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 갖가지 이사 풍습을 지켜왔다. 첫째조건은 좋은 집터였다.

옛날에도 교통의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고 그 편리성은 보다 철학적인 배경을 가진 것으로 풍수지리학상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집터 왼쪽에 내가 흐르면 청룡(靑龍)이라 하고 오른쪽에 긴 길이 있으면 백호(白虎)라 하였으며 앞쪽에 맑은 못이 있으면 주작(朱雀)이라 하고 뒤쪽에 구릉이 있으면 현무(玄武)라 하여 가장 귀한 집터로 인정 했다.

이러한 사상의 근처에는 집을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인품을 기르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는 인간형성의 근간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정한 집터에서 자자손손 누대를 누렸고 이사는 단순히 환경과 조건에 따라 옮겨다니는 행위보다는 삶의 새로운 형태를 창출하고자 했던 행위일 것이다. 이주시 풍속으로는 길일(吉日)을 택하고 손잇는 날은 피했으며 손잇는 날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하는 귀신을 뜻하는 방위에 수리하거나 못을 박으면 눈병이 나고 먼 길을 가면 화를 입는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이삿짐을 옮길 때 제일먼저 요강에 소금을 넣고 큰솥 안에 넣어서 들고 들어가므로 부정을 가시게 했고 안방에 밥솥이나 쌀을 담아둠으로 풍요를 기원했다.
 
소금에는 잡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대문 앞에 소금을 뿌리거나 문 양쪽에 놓아두기도 하였으며 이사갈 때 소금자루를 마지막에 갖고 나오고 이사 와서는 맨 먼저 갖고 들어가기도 한다. 근래에는 자주 볼 수 없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풍속으로 이사갈 때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살려서 가져가기도 했는데 이는 불을 집안의 혈통이나 복의 상징으로 이해했던 까닭이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이사행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터전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삶의 형태를 이사 풍속으로 가꾸어 왔다. 집이 축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일회용품처럼 취급되는 오늘날에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부의 척도를 집과 사람으로 비교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이주풍속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