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술 자리에 차를 가져가서는 안 되는 이유
칼럼-술 자리에 차를 가져가서는 안 되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23 18:40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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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승/도로교통공단 교수

황준승/도로교통공단 교수-술 자리에 차를 가져가서는 안 되는 이유


연말연시 술자리에 가면서 음주운전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차를 가져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아무도 이런 생각으로 차를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차를 놔두고 오거나 대리운전을 할 것이라고 마음먹은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신력이 약해서, 도덕성이나 죄의식이 없어서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것인가? 음주운전과 같은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운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국 알코올이 운전자의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관장하는 대뇌 전두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뇌 전두엽의 역할은 이미 미국의 피니어스 게이지 사건을 통해 알려져 왔다. 1848년 9월 13일, 25살의 게이지는 동료들과 함께 미국 버몬트주의 한 철도 공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구멍에 폭발물을 넣고 쇠막대기로 구멍의 표면을 고르게 하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 실수로 주변 바위를 쳐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였고 그 폭발의 충격으로 쇠막대기가 게이지의 왼쪽 뺨에서 오른쪽 머리 윗부분으로 뚫고 지나가버렸다. 그 결과, 그는 두개골의 상당 부분과 왼쪽 대뇌 전두엽 부분이 손상되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 당시 의사 할로우의 치료를 받아 다행히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그의 머리에는 9cm 가 넘는 지름의 구멍이 생겨 있었다. 그가 죽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고 후, 몇 주 동안 수많은 감염들이 생겨났지만 약 한 달이 지나자 그는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그 후, 의사 할로우는 게이지의 가족과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며 게이지의 행동들을 관찰한 후 의사가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사고 전후로 게이지의 성격과 행동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사고 전에 비해서 폭력적 행동과 거친 언어의 사용이 갑자기 늘어났고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 후 현대 의학의 발달을 통해 실제 대뇌 전두엽 손상이 인간의 성격과 행동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건을 통해 19세기 신경과학의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뇌의 특정 부위의 손상이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 되었다.

충격과 같은 물리적인 충격으로 인한 대뇌손상이 아니더라도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알코올이 신체에 흡수되어 전두엽에 손상을 주게 된다면 운전자의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은 이성적 판단과 통제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을 저하시켜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술자리에서 차를 가지고 가게 하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게 하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차를 술자리에 가져가서는 안 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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