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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소설가 오성은 탄생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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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5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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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소설가 오성은 탄생

올해에도 어김없이 ‘진주가을문예’는 소설가 한 명과 시인 한 명을 배출했다. 시상식에서 당선작 책자를 받아들고 시를 먼저 읽게 되는 것은 버릇이다. 시는 우선 짧으니까 재빨리 읽고 감동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나서야 소설을 읽게 되는 것이다. 시상식 와중에 당선 소설 제목이 눈길을 자꾸 끌어당겼다. ‘런웨이’, 이것은 모델들이 걷는 길을 의미하는데 패션쇼에서 무대를 말한다고 보면 되겠다. 화려한 제목이라 끌림이 강했던 모양이다. 마치 끝없이 평행으로 달리는 기찻길을 보면 멀리 여행을 떠나고 낯선 곳과 낯선 사람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런웨이’는 화려하고 고독한 모델들의 이야기다. 아니, 인고의 고통을 참으며 모델을 갈망했지만 끝내 모델이 되지 못하는 이야기다. 아직 한 번도 런웨이를 해보지 못한 무명이 유미라는 유명 화장디자이너에게 발탁된다. 유미는 이 무명에게 고독하게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연기를 요구한다. 무명은 각별한 연습으로 리허설 무대가 열리기 직전까지 정작의 런웨이를 향해 순항한다. 그러나 리허설 무대가 열리기 직전 기획사대표의 난동으로 런웨이는 무산된다. 그 난동으로 무명은 이마가 찢어지고 병원에 입원한다. 이를 계기로 무명은 모델의 꿈을 접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에 유미의 알몸이 나오는 동영상이 원인이 되어 대표의 난동으로 이어지고 런웨이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동영상은 무명을 무대 주인공으로 세우자는 유미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유미가 상대에게 해준 행위였고 그것을 누군가 촬영했다는 것이 소설의 결론에서 밝혀진다. 결국 소위 상류층의 더러운 진흙탕 세상의 형상화가 되겠는데 유미는 그런 세상을 스스로 버린다는 이야기다. 모델의 꿈을 접은 무명은 이제 먹고살기 위해 또는 못다 이룬 꿈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누군가 그것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한다는 건 그 자체로 무서운 에너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하나 이렇게 뭔가를 열심히 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격인 유미 역시 화장의 천재다. 어떤 얼굴에서든 그녀의 손이 지나가면 전혀 새로운 변신을 한다, 마술처럼!!

이번 당선작의 장점은 이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마구 치열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 살아 움직이는 무대도 국제적이다. 프랑스로 휘익 떠났다가 이번엔 호주로 훌쩍 떠나는 식이다. 특히 무명과 무명의 친구는 멜버른의 농장에서 옥수수 껍질까기로 돈을 번다.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몰라”라고 말하며 통기타를 친다. 남녀 혼숙을 하는가 하면 그 머나먼 타국의 백화점에서 유미와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우연히 말이지. 게다가 타국에서. 이는 명백한 우연성이다. 소설의 우연은 치명적 약점이다. 옥에 티다.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아, 그리고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약점은 또 있다. 주인공이 낯선 타국에서 우연히 유미를 만난 이후부터는 우리가 미국 영화에서 흔하게 보아온 장면으로 소설의 대미를 장식한다. 타국의 허허벌판에서 외롭고 고독하게 차로 달리다가 권총으로 숨을 끊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그런 서양영화들이 결론이 뻔하지만 언제나 재미있듯이 ‘런웨이’ 역시 너무 재미있다. 게다가 닥치는 대로 일하며 죽을 듯 살듯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연상되어 참으로 짠한 마음이 된다. 이러다 준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네 인생, 짠하지…

끝으로 문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묘사해서 독자를 기쁘게 하겠는 착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문장이라고나 할까. ‘깨진 계란을 본 듯 탐탁지 않는 표정으로’ 같은 빛나는 표현이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또 작가는 장황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장면을 적확하게 묘사해 낸다. 작가의 후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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