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먹방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
한의학 칼럼-먹방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30 18: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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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먹방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


폭식에 대해 다시금 얘기를 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독자분도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는 소식 열풍이 불었고 폭식은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폭식이라는 단어에는 음식에 대한 심한 갈증으로 인해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달려든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쩐지 폭식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느낌이다. 폭식이라는 단어 대신 먹방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사용한다. 미디어에서도 많은 양의 음식을 무절제하게 입에 구겨 넣는 장면을 여과 없이 노출하곤 한다. 소위 ‘먹방러’들은 먹는 것을 마치 퍼포먼스처럼 보여주고, 시청자와 방청객들은 즐거워한다. 소셜 미디어에도 음식 사진과 동영상이 범람하고, 더욱 더 많은 음식을 소비할 것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농경 사회였지만, 항상 다른 나라에 비해 음식이 부족한 편에 속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인 삼겹살도 가장 좋은 살코기 부위인 등심과 안심은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지방 부위만 소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음식 문화에는 그래서 어쩐지 슬픈 정서가 남아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은 그래서 더욱 신성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필자는 가끔은 이러한 폭식을 부추기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정신적인 공허함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코 해소될 수 없는 허전함을 허기로 착각하여 음식을 소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폭식과 과식은 결과적으로 위장의 피로를 초래한다. 한의학에서는 위장 기능이 과도하게 항진된 상태를 열의 상태, 즉 위열(胃熱)이라고 본다. 열이 있다는 것은 다시 시원한 상태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한번 위열의 상태에 진입하게 되면 위장은 계속해서 음식물을 요구하게 되고, 위는 끊임없이 유입되는 음식물로 인해 결국 기능적인 피로 상태에 들어서게 된다. 이 위열은 가볍게는 위장염, 심각하게는 위경련이나 위궤양 등의 질환도 초래할 수 있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질병의 상태이다.

바야흐로 소식의 미덕이 필요한 시대다. 우선 소식은 장기에 휴식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쉬는 날 없이 계속해서 일만 하게 되면 일의 질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지쳐서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이 고갈되어 버린다. 위장도 마찬가지다. 사실 현대의 식습관은 ‘맛있음’보다는 ‘배부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식습관은 대식보다는 미식, 그리고 식사가 가져다주는 관계 형성이 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절식, 금식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절식을 하기로 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과식을 일삼았다는 전적이 있다. 독자 분들께서 잘 알고 계시는 대로, 습관적인 절식과 과식의 반복은 우리 몸을 영양분을 축적하려고만 하는 상태로 돌입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비만을 초래한다. 최초에 과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식사 시간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장시간의 공복은 물리적, 정신적인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무엇이든 적당한 것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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