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조와 위치추적 서비스
긴급구조와 위치추적 서비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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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갑/진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수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전국이 떠들썩하다. 특히 위치정보추적과 관련해 이해 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많다. 요즘은 자동차가 고장이 나거나 타이어가 펑크나 보험사에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하면 보험회사가 위치정보이용 동의를 묻고 이후 견인차가 전화한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온다. 또한 스마트폰의 최신 위치 찾기 앱(application)을 이용하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있는 정확한 건물 위치와 이동경로까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위치추적과 관련한 기술적 측면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방이나 경찰과 같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국가기관은 국민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신고를 접한 때에는 이 보다 더 정확히 찾아와야 한다고 시민들이 이해하고 있음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위치추적 시스템은 신고자의 휴대전화 사용 기지국 위치만 확인할 수 있다. 기지국 위치정보만으로는 위치 오차 반경이 수 ㎞에 이르러 도심에서는 사람을 찾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수원 살인사건은 범죄사건이지만 위치정보 사용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소방 119 종합상황실도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위급한 구조요청을 받고서도 정확한 위치파악이 안되어 구조시간을 낭비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119에서 실시하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전화 사용자와 인접한 기지국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 반경 1~5㎞를 모두 수색해야 한다. 때문에, 많은 소방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한정된 인력으로 범위 내 모든 건물을 수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형식적인 도로 위 순찰로 시간만 낭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하루 빨리 민간수준 이상의 위치추적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신고를 접수 받는 소방상황실에서 위치정보시스템을 통해 신고자의 GPS를 강제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하거나 삼각측량방식, WPS 등 최신 위치정보기술을 이용토록 제도·기술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만 위기에 처한 시민들이 신속한 구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 동원과 예산낭비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치정보 조회요청은 지난 2005년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조 목적으로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119에 허용한 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진주소방서 위치정보 서비스 이용신청은 모두 281건에서 올해 4월 현재까지 110건으로 그 수가 점차 증가 추세다. 주된 사유는 사고의심과 자살추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위치가 바로 파악된 것은 8건에 불과하고, 이중 산악사고 등 실제 위급상황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사고는 1건에 불과한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위치추적 서비스가 오남용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률상 휴대전화 위치조회 서비스는 자살기도나 조난, 약물중독 등 급박한 상황에서만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요청도 배우자나 2촌 이내의 친족 또는 민법이 규정한 후견인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대상자가 긴박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면 소방당국은 출동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신고내용으로만 긴급 상황인지 아닌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물론 단순 가출 등은 신고에서 제외되며 허위 신고에 의한 과태료 등의 처벌 조항은 있지만 신고자의 다급한 심정과 안타까움이 앞서 대부분이 신고를 받으면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신고된 조회 요청의 대다수가 단순가출이나 부부싸움으로 인한 연락두절 등 비긴급 상황으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들이 엉뚱한 위치추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작 화재나 각종 응급상황 발생 시 출동인력 부족으로 사고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 이동전화 위치추적 신고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또한 정확한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기술적 문제를 개선하고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오남용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벌 등 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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