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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시인 박정애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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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5  19: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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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시인 박정애

박정애 시인이 새 시집 <박자를 놓치다>를 출간했다. 인생 살다보면 고비마다 제 박자 맞춰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박자 느리거나 빠르거나. 제목이 일면 눈물겹고 일면 재미있지 않은가. 시인과는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고 평소 존경하는 시인인데 그녀의 시를 읽는 건 처음이다. 우선 서둘러 말하고 싶다. 그녀의 시집을 읽는 일은 놀랍다! 구절구절 넘치는 해학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읽는 맛을 준다. 해학이 도도한 강처럼 구비친다. 그녀의 시집과 함께라면 슬픔마저도 유쾌하다. 해서 이 짧은 지면에선 그녀의 해학만을 이야기 했으면 한다.

또한 박정애 시인의 이번 시집을 여기서 다 말할 수는 당연히 없다. 해서, <박자를 놓치다>는 제3부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서 제2부만을, 그 중에서도 ‘참새 별 따먹는 소리’라는 제목의 시만을, 그 해학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녀의 깊고 깊은 시 이야기는 두고두고 해보고 싶다. 그만큼 그녀 시는 바다처럼 넓고 깊은 것들을 마구 품고 있다. 그런 세상을 단숨에 짚어내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도리도 아니다. 대신 가능한 대로 꼼꼼히 씹어가며 음미해가며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며 또한 더불어 함께 살기도 하는 일은 즐거움이다.

제목이 ‘참새 별 따먹는 소리’다. 그 작은 참새가 별을 따 먹으려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 기 찬 제목 아래로 쏘옥 들어가보면 ‘초록물이 뚝뚝 지는 말매미 소리’와 ‘염천 땡볕에 등목을 친 산 꿩 소리’가 정처를 알 수 없게 왁자지껄 들려온다. 그걸 배경음으로 해서 ‘나한 돌부처도 놀라 자빠질 판’이 ‘하안거 들기 전날 밤’에 ‘각처 사문 대중들’에 의해 질펀하게 펼쳐진다. 이 대중이라는 중도 아니고 소도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개그우먼 이영자도 웃고 자빠질 왕구라를 치는 것이다. 요새는 왕구라쯤은 쳐야 행세하는 세상이라 누군들 나무랄 순 전혀 없는 구라판인 것.

‘어느 절집 솥은 대천한바다같이 커서 동지 팥죽을 쑬 땐 배를 타고 노를 젓듯 휘휘 젓는다 하니’ 라고 어느 대중이 구라를 치니 그 옆에 있는 대중이 ‘어느 절집 칙간은 깊고 깊어서 아침 응사가 저녁나절에 툭, 바닥을 친다’고 응수를 한다. 이번엔 개그맨 김구라가 웃고 자빠질 판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화계 십리로 뻗친 천불 공양미 쌀뜨물은 골안갠지 벚꽃인지 분간이 안 간다’고 난리를 피운다. 이러니 ‘돌부처도 놀라 눈 번쩍 뜰 참인지 거짓인지’ 도통 분간이 안 간다. 쾔쾔, 웃다가 똥창이 확 뚫려 삼년 묵은 변비가 천둥치는 소리내며 뚫릴 판이다.

그렇다고 이 시가 마냥 웃다가 끝날까? 그것도 아니다. ‘독경소리 피가 맑아진 아침 절 마당 간밤 새떼들은 다 날아갔는지 풍경소리 귀를 달아맨 추녀 아래 뒷짐 지고 내려선 노스님 한 분’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마치 산신령처럼 나타나신다. 그리곤 멀리 우주와 소통하시듯 하늘을 보신다. ‘눈시울 아린 파란 하늘에 물고기 낚시질’을 하신다는 것이다. 노스님이라 그런가. 허공인 하늘에다 대고 낚시질을 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시의 세계 속이라면 하늘에 낚시질 아니라 우리집 고양이를 타고 달나라에 가서 옆에 잡히는 별을 따오는 일도 못하랴.

박정애 시인은 ‘탁 치니 억 하다’의 참극 고 박종철 열사의 고모되는 사람이다. 알토란 같이 여물고 똑똑한 조카의 그 말 못할 참극을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시인이다. 그 참담한 가슴으로 어떻게 이런 해학을 피워 올릴 수 있는지 불가사의 하다. 또한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시인은 실제 생활 속에서도 곧잘 너털웃음으로 소박하게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 이 역시 감사할 일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강건하고 심오하며, 놀라우리만큼 큰 광맥의 입구 안쪽으로 이어져 들어’(구중서 선생님 표사 중)가는 시를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시인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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