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삶의 활기가 되는 만남, 봉사활동
도민칼럼-삶의 활기가 되는 만남, 봉사활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16 18: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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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삶의 활기가 되는 만남, 봉사활동


‘예쁜 모습은 눈에 남고, 멋진 말은 귀에 남지만 따뜻한 베품은 가슴에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지난 연말 우리 대학에서 진행해오고 있는 해외봉사프로그램으로 라오스에 다녀왔다. 벌써 5회째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지만 매번 새로운 만남에 설레는 마음으로 다녀오게 된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새벽부터 집결하여 정작 목적지에는 하루를 넘겨 저녁 무렵에 도착하게 되니 몸이 고단한 일정이다. 라오스 공항에 내려 버스로 5시간 가까이 이동하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비포장도로의 산길을 지나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의료팀, 교육노력팀은 몇 달 전부터 많은 준비작업을 하지만 모든 일들이 계획에 따라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미리 보낸 물품을 수송하는 트럭이 고장 나 우리 봉사단원이 도착하는 날 저녁에 물품을 받을 수 있었으니 하루만 늦었어도 봉사에 차질이 있을 뻔 했다. 이처럼 아무리 미리 준비한다 해도 예기치 않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느 해와 같이 보건소에서 의료봉사, 학교에서 교육과 노력봉사를 마치는 날 우리가 봉사한 마을에서 봉사단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바씨’라는 행사를 열어주었다. 무명색실을 손목에 매주고 준비한 음식을 손에 쥐어주면서 안전하게 잘 돌아가기를 기원해주는 행사이다. 손목에 색실을 매주면서 해주는 말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기원해주는 그 말은 눈빛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해주는 그들의 행사는 정말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몇 달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와 한 해를 마무리하였다. 가기 전에는 정신없이 바빠 겨우 여권만 들고 비행기에 오른 기분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행복, 감사, 새해에 대한 기대와 활기 등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왔다. 아직도 초등학생들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재밌게 하던 기억이 남았고, 정성어린 식사를 제공해주던 라오스 주민의 모습도 있으며, 진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주민들의 긴 줄도 생생하다. 비포장 도로의 흙먼지는 주변 나뭇잎에 뒤덮여 초록빛을 잃게 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뿌연 도로도 바로 어제의 모습과 같이 선연하다.

우리는 패키지여행보다 비싸고 편안한 호텔숙소도 아니며 입맛에 맞는 식사도 못하는 순탄하지 않은 방문을 왜 지속하고 있는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우리 학생들의 인성함양이라고 본다. 참여했던 학생들은 완전히 다른 생활모습에 뛰어들어 몰입하여 봉사함으로서 다른 차원의 사고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다른 차원의 사고란 나의 생활과 비교해볼 때 상대방에 대한 애틋함, 조건 없는 감사함,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겸손함 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그 잠깐의 며칠은 고생스럽긴 해도 무엇엔가 나의 몸과 마음 전체를 던져 몰입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내가 있던 자리를 떠나 내가 있던 자리를 보는 일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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