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어두운 터널에 조명이 주황색 이유
현장에서-어두운 터널에 조명이 주황색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21 19: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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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 취재부 부장

최원태/창원본부 취재부 부장-어두운 터널에 조명이 주황색 이유


우리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한 번쯤 어두운 터널을 마주하게 된다. 터널에는 유독 주황색 조명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하얀색 조명이 설치된 터널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주황색 조명이 설치된 터널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왜 아직까지 터널에는 효율적인 LED 전구 대신 주황색 나트륨램프(Sodium Vapor Lamp)가 설치되고 있는 것일까? 터널에 주황색 나트륨램프를 사용하는 이유는 유지 및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터널은 대부분 밤과 낮을 가릴 것 없이 자동차의 통행 속도가 빠르다. 터널 조명을 교체해 줘야 할 경우 일반 도로보다 차량의 통제가 어렵고 사고의 위험도 크다.

수명이 긴 나트륨램프를 사용해 교체 횟수를 최대한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나트륨램프는 일반 백열등보다 수명이 20배 이상 길고 전력 소모가 적다. 또한 할로겐램프보다 평균 수명이 9000시간 정도 길어 1.5배 이상 경제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터널에 설치된 주황색 조명은 운전자의 긴장감을 높인다. 심리학 박사 길버트 브릭 하우스(Gilbert Brighouse)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붉은색 색광을 받았을 때의 반응이 다른 색의 반응보다 더 빨라 순간적으로 주위를 인지하기 쉽다고 한다.

이는 파란색 혹은 녹색과 같은 푸른 계열의 인지 반응과 비교했을 경우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주황색 램프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중간으로 운전자를 조금 더 긴장하게 만들고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도로 위 경고표지판이나 중앙선 등에 노란색이 사용되는 걸 보면 이해가 쉽다.

특히 브레이크 등이 빨간 이유도 터널의 주황색 조명과 연관이 있다. 위험은 알리는 색상들은 대부분 붉은색 계열이다. 빨간색은 가시광선 중 파장 속도가 가장 길고 주황색이 그 다음으로 길다. 터널의 주황색 불빛은 주위 차량의 움직임 파악에 도움을 주고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여준다. 주황색은 단색광이라 터널 속에서 사고로 인해 연기가 발생하는 위급한 상황에도 빠른 상황 인지에 도움을 준다.

터널 속 주황색 램프는 운전자를 배려한다. 터널의 진입 전과 후 급격한 밝기 변화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눈부심과 플리커(Flicker) 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플리커 현상은 우리가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밝은 빛이 눈에 들어오며 발생하는데, 이때 눈앞이 침침해지거나 일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아울러 플리커 현상은 야간주행 중 터널을 진입하는 순간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주황 불빛은 이 현상을 상당 부분 막아준다. 플리커 현상은 뇌를 자극해 신경계와 눈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어 운전 중 발생 시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주황색 램프는 터널에서 긴급 대피 시 대피소의 표지판을 잘 보이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터널은 길고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서 차량 사고나 화재 발생 시 연기가 잘 빠져나가지 못해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이기 쉽다. 이때 대피 구역이나 긴급전화의 표시를 쉽게 인식하는데 단색광의 주황 불빛이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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