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인생에게 주는 십일조
도민칼럼-인생에게 주는 십일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23 19: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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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인생에게 주는 십일조


소설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이인규 작가가 국제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보내왔다. <산골에 살아보니>라는 글이었는데 거기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아직도 전쟁 같은 삶을 사는 동료들이 부럽기는커녕 불쌍하게 생각됐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아내의 강압과 자식들 눈치 때문에 몸이 아파도 꾸역꾸역 돈벌이를 나가는 딱한 지인 몇몇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6년째 사흘에 한번 꼴로 술에 취한 체 내게 전화해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정년까지 버티기 위해 퇴근 후 오로지 술 힘으로 살아간다고 한다’는 글을 읽으며 내 주위에도 그런 이들이 더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시인 정호승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는 시에서 자신은 인생에게 호주머니를 털어 술을 사주었다는데 우리는 인생에게 어쩌면 술만 사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근래 나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인터뷰해 책을 한권 내었다. <나답게 산다>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에 당당하거나 혹은 위로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 말년이 편안하다고 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 들이는 소요비용을 생각하면 몸과 마음을 다치고 지치게 해서 번 돈으로 웰빙 음식을 사먹고 힐링여행을 다닌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다. 숨을 쉬고 활동을 해야 살아있다는 자존감을 갖는다. 그런데 그게 먹고 살기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너무 슬픈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는 것,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얼마 전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회의를 개최해 지리산행복학교를 지리산문화예술학교로 명칭을 바꾸었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눌리고 싶지 않아 바꾸었지만 지리산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배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행복하기 위한 일이다. 우리학교에 오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늘상 입에 ‘바쁘다, 시간이 없다, 멀다’라는 말을 하는 이들을 본다. 입으로는 길지 않은 인생, 하고픈 거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길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하자, 좀 더 여유 있을 때 하자, 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몸은 더 굳고 힘들어지고 하고 싶어도 이제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답게 사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끝없는 활동과 집요함 심지어 이기적인 몰입을 보면서 우리가 모두 그리 따라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 인생이니까 내가 감당하고 좀 내 멋대로 살아보자, 하는 용기쯤은 가져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늘 타인의 시선에 눌리고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에 눌려서 내 인생은 내 삶의 순위 저 밖으로 보내고 나면 갈수록 얼마나 더 쓸쓸할지…

그래서 한 달에 한번은 자신에게 휴가를 주고 여유를 주고 좋아하는 것을 배우거나 이해타산이 없는 관계 속에서 편안하게 적당하게 어울리는 법을 익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학교를 하면서 가슴 뿌듯한 일은 자신의 취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다. 내 후배 중에 퇴근하면 그저 술이나 한잔 하고 주말이면 산에 올라 또 술이나 거나하게 마시던 이가 어느 날 풍경사진반을 다니며 야생화를 찾아다니고 노고단 일출을 찍으러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예술이 주는 만족이 단순히 활력을 주는 것 이상으로 한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큰 역할인 것을 보았다. 그것은 또 다른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요즘 빠지지 않는 매일의 화제가 미세먼지다. 날씨 예보와 함께 미세먼지 지수도 연일 뜬다. 유심히 본다. 아직 지리산은 청정하다. 오가는 길, 목적지만 염두에 두면 인생이 재미없다. 과정을 즐기는 여유가 있어야 목적지에 가도 즐겁다. 아니면 목적지에서 또 돌아올 생각만 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자신에게 십일조를 주듯 한 달에 한번은 좋은 공기를 마시고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좋은 사람을 만들어 두라고 권하려 한다. 매월 둘째 주 당신을 기다리는 지리산문화예술학교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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