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 상생 정신 벌써 잊었나?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 상생 정신 벌써 잊었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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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새누리당)

 
우리 대기업들이 SSM(기업형 수퍼마켓, Super Super Market)의 골목 상권 진출로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거리게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식자재 도매·유통업 진출로 지역 소상인들의 마음을 다시 멍들게 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대기업들이 일단 지역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그 파괴력은 우리의 상상을 넘는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04년 대비 2008년의 대형마트와 전통·재래시장 전국 총매출액 증감 추이를 보면, 이 기간 동안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9.2조원이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의 매출액은 9.3조원이 줄어들었다. 재래시장이 잃은 만큼을 대기업들이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서운 대기업이 SSM이 여의치 않자 식자재 도매업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현재 식자재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0% 미만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식자재 시장이 현재 연 10%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는 시장이기 때문이란다.

해외에 나가보면 ‘삼성’이나 ‘LG’ 등의 우리 대기업의 이름이 ‘한국’이라는 우리 국가명보다 유명한 경우가 많은데, 그 만큼 우리 대기업들은 세계 유수기업과 어깨를 겨룰 만큼 능력과 규모를 갖추고 있고 이제는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적인 역할까지도 수행할 정도의 위상에 이른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대기업이다. 그런데 이렇게 존경스럽고 대단한 대기업들이 무슨 어린아이 팔목 비트는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해 지역에서 근근이 버텨가던 지역 소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그러나 이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지난 SSM 사태에서 우리는 동네 자영업자들과 소상인들의 골목 상권까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장악하려 하는 대기업의 포악한 모습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CJ, LG, 대상 등의 유통대기업들은 지역 상인회나 중소기업계의 반발을 예상이나 한 듯이 각종 ‘꼼수’를 부려가며 전국적으로 식자재 도매사업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특히 대상의 경우, 도매업체를 자회사로 인수한 뒤에 자사의 식자재 유통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가 아닌 기존 업체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식으로 ‘이름 감추기’까지 하면서 지속적으로 도매시장에 발을 넓혀가고 있다.

경남도에게도, 진주에게도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미 지역 중소상인협회나 업체간의 분쟁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하거나 집회 등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서 또다시 논쟁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지만 본의원이 생각기에 이 문제의 해결은 아주 간단하다고 본다. 대기업에게 상생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기존에 잘 하고 있는 지역 중소 업체들이 앞으로도 잘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지자체 차원에서 대기업들의 사업 진출 인·허가를 보류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차원에서는 올해 안을 목표로 유통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예정하고 있고 시민사회와 지역사회, 그리고 지방의회와 국회에서도 식자재 유통과 관련한 법안 변경에 대한 요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힘있는 대기업이 조른다고 서둘러 인·허가를 내주었다가는 나중에 더 큰 비용손실과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동반성장’이 화두인 이 시대에 힘과 돈으로 약한 사람 것을 빼앗겠다는 것은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고 시대정신에도 어긋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서로 돌보고 서로 승리하는 길을 택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시대다. 상생의 전제는 어쨌든 ‘사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의 지역 식자재 유통업 진출은 정말로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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