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갑상선 기능 저하증
한의학 칼럼-갑상선 기능 저하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30 19: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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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갑상선 기능 저하증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최근에 이유 없이 잠이 늘었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아침에 좀처럼 눈을 뜨기가 힘들며, 초저녁만 되어도 눕고 싶다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만성 피로’ 증상이다. 요즘이야말로 최악의 경기라는 뉴스가 보도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점점 일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심리적인 피로감도 점점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피로에 사회적 원인이 있다면, 정말로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병리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만성 피로의 원인은 만성 질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스마트폰 배터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쓸데없는 전력을 소모하는 앱을 삭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앱을 끄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전력량을 많이 소모하는 앱이 켜져 있다면 배터리는 얼마 안 가 수명을 다하고 전화기는 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수명이 다해가는 배터리를 우리의 피로도에, 그리고 쓸데없이 켜져 있는 앱을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만성 질환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몸이 너무 피곤할 때에 ‘방전되었다’는 표현을 즐겨 쓰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피로를 유발하는 여러 만성 질환이 있지만 이 중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은 바로 갑상선이다. 왜냐하면 갑상선이야 말로 인체 내의 대사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만성 질환들과 달리,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대사 전반에 걸치는 대사 기능 저하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만성 피로와 식욕 부진이다. 이 외에 수족냉증과 변비, 추위를 심하게 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정상적인 대사가 이루어질 때처럼 음식물의 섭취를 통한 올바른 에너지의 생산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체온이 떨어지고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의학에는 허로(虛勞)라는 질병이 있다. 오장육부의 기혈이 훼손되고 부족해져 피로감이 나타나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온 조절이 힘들어진다는 설명인데, 전반적인 대사 기능의 저하, 즉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증상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기혈을 보충하는 처방을 사용하면 치료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오늘날의 대사 저하증은 아까 설명했듯이 사회적, 정신적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어 보다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오장육부의 기혈을 보충하는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서 기초 면역력, 기본적인 체력이 증강되고 대사 기능이 개선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물리적인 원인 해결 이외에도 다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기 더욱 힘든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하루 종일 일을 한 후에 피로도가 훨씬 더 심해지는 사람이 있듯이, 기본적으로 생활 습관이나 그 피로의 원인이 다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수면 자체가 불규칙하고 부족하거나 전반적인 대사 기능이 이미 저하되어있을 가능성이 있고, 후자의 경우 업무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도가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몸을 쓰는 노동을 하거나 과도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경우 앞서 말한 허로(虛勞)의 적응증으로 보고 기혈을 보충해주는 처방을 쓴다. 어떤 환자는 배가 고플 때 특히 피로함을 느낀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 환자의 식욕과 식사 패턴 등을 잘 살펴보고 비위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소화기와 관련된 만성 질환이 얽혀있는지 두루 고려하여 치료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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