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폐기만이 모두가 사는 길
시론-북핵 폐기만이 모두가 사는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06 18:3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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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핵 폐기만이 모두가 사는 길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큰 소리 치더니, 올해 신년사에서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 말했다.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의 금지’ 등 비핵 8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때는 보유까지 포함한 것이었으나, 지금 북한은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한다.

제2차 미·북한 정상회담이 북한이 기왕에 보유한 핵무기를 유지한 채 추가생산만 중단하고 대륙간탄도탄 등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제거하는 선에서 봉합될 것이라 보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 북핵은 단지 북한 군사력의 증강뿐 아니라 세계안보와 질서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되기 어렵고, 나아가 2차대전 이래의 국제질서의 종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와 핵 생산 능력·시설의 폐기, 핵능력 복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의미한다. 적당한 미봉책으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보유도 인정하니 북한도 그렇게 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적이 없다. 북한은 NPT에 가입하였다가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핵실험을 했다. 그래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면 NPT체제는 붕괴하고 만다.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고 NPT 탈퇴를 선언하기만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더 나아가 체제보장과 경제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면, 어느 국가에게나 핵무장은 매우 솔깃한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국가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집단의 핵무장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핵무기 개발은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등 최첨단 산업 환경으로 점점 더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도 북핵이 달가울 수가 없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입술과 이빨의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고 말하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일본과 한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여 군사력 강화의 직접 요인이 되고, 심지어 핵무장의 명분이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중국에 대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을 가진 입술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빨까지 아리게 하고 있다.

우리도 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보유의 명분을 미국의 압살책동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 강변한다. 과연 미국이 북한을 압살하려 한다면, 북한이 도대체 핵무기로 막을 수 있을까. 북한의 핵무기는 우리를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일구어온 괄목한 성장에 뒤처진 북한이 핵무기로 단번에 우리를 압도하려는 것이다. ‘퍼주기’가 아니라 ‘상납’ 받으려는 목표이다.

북핵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NPT와 세계안보 차원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핵무기의 유무로 국력의 크기를 가늠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선진국도 강대국도 아니다. 소프트파워의 시대이다. 북한의 생존은 핵무기가 아니라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에 달려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폐기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북핵 폐기만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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