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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의 詩 산책-우리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김지율/시인·경상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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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6  18: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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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시인·경상대 강사-우리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한 사람을 쫓아낸 뒤 끝내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누구를 주인공으로 할까 자연스러운 이유로/ 누군가 떠날 수 있을까 쉽게 책임을 묻기 위해// 한 사람을 쫓아낼 때까지 모두 성실히 일하게 했다 모두 걱정 없이 살도록 했다// 빛을 모르고 빛을 따르듯 오랫동안 이어지는 이야기 속의 평화// 죄를 짓거나 싸움이 일어나도 한 사람을 쫓아내면 이야기는 끝날 수 있으므로 자신은 착실하다고 확신하는 이들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나는 한 사람을 정해 잘못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게 의도는 아닐 텐데/ 모두 성실히 일해 왔고 걱정을 잊고 있어서// 적당한 방법을 고민했지만 한 사람을 고르지 못한 나는 이야기에서 쫓겨났다 빨리 책임을 넘기기 위해// 그들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나는 선의를 찾는 중이다 (정영효, ‘추방’)

모든 개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호명할 수 있었던 혹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들을 뒤흔들 수 있었던 힘. 어쩌면 그것은 ‘한 사람을 쫓아’낼 수 있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당하지 않는 한, 우리는 스스로 이 소리 없는 폭력에 대항하며 그 잘못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 속의 윤리는 존재 방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당신이 혹은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그 있음의 문제입니다. 도덕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지만 윤리는 ‘타자’ 즉 나와 다른 것, 낯설고 이질적인 것과 대면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언제나 상식적이고 옳은 결정을 하는 존재가 아니 듯, 이 시에서처럼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많습니다.
우리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은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추방’하는 일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한 사람을 쫓아낼 때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착실하고 정의롭다고 확신하면서요. 이런 점에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영화들은 공동체의 어두운 허상을 깊게 파헤칩니다. ‘더 헌트’나 ‘사랑의 시대’에서는 그것의 폭력성이 ‘마녀사냥’과 결합해 소문을 진실로 착각하거나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로부터 영원히 추방 중인 루카스, 역을 했던 매즈 메킬슨의 눈빛이 오래 기억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폭력에의 공조를 스스로 도덕이라 믿거나, 자신을 선의의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요. 우리들의 내면 속에는 이렇게 정당화되지 않은 논리와 비겁한 침묵. 죄를 짓고, 분노하고, 반성하는 무수한 감정들이 매일 들끓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루카스’가 되어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현실은 비열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합니다. 정영효 시인의 시는 이런 일상들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하게 말합니다. 많이 말하거나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덜’ 말하고, ‘다르게’ 말하면서, 우리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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