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살아있는 생명의 옹기
진주성-살아있는 생명의 옹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07 19: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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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살아있는 생명의 옹기


일 잘하고 아들 잘 낳는 예쁜 며느리 엉덩이처럼 통통하게 살찐 항아리를 손가락으로 톡 튕겨본다. 맑은 쇳소리가 허공을 가르는 바람결 같은 맑은 소리는 된장 먹고 사는 토종 귀에는 옹기가 피어내는 그 소리만큼 좋은 소리가 없을 듯싶다. 찰흙을 이겨 만든 항아리는 숨을 쉰다. 입 열어 말 한마디 못하는 무생물이어도 생명을 갖고 쉼 호흡을 한다. 이렇듯 우리네 조상들은 그릇 하나를 만들 때도 생명을 불어넣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옹기는 제 몸속에 습기가 있으면 숨을 내쉬어 밖으로 뿜어냈고 제 몸 속이 건조해 습기가 부족하면 반대로 숨을 들이마셔 습기를 조절할 줄 알았다. 제 스스로 제 몸의 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옹기를 만드는 찰흙을 적당하게 말리고 물에 풀어 수비(水飛)하고 떡칠 때 쓰는 매로 이리 메치고 저리 뒤엎어가며 반죽한 다음 찰흙을 물레에 얹어 동글동글 물레질을 하면서 옹기장이 뜻대로 높이를 조절하면 새로운 생명이 탄생된다. 옹기를 뜯어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물건으로 그 모양새를 찬찬히 바라보면 너그럽고 따뜻한 어머니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인정 많은 누이의 단정한 옆모습을 보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옹기는 우리 곁에 더 쉽게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옹기장이가 유약을 손으로 훔쳐내어 그림을 그리는 것을 ‘환치기’라고 한다. 문양은 가지각색으로 불룩한 옹기 뱃살에다 새겨 넣는다. 지방마다 모양새가 달랐다. 경상도 독은 입 부분이 좁고 어깨가 사선 모양으로 각이 진 것이 많고 지방의 특성을 옹기장이의 개성을 나타내었다. 요즘에 만들어지는 옹기는 지방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재래식 옹기를 만드는 곳은 없고 잿물 유약을 입힌 곳은 찾아보기 힘들고 번쩍거리는 광명단 항아리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옹기를 구입할때 시기를 택하였다. 만든 계절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5~6월에 만든 독은 쉰독이라 고 하여 음식이 부패한다 하여 구입하지 않았고 독은 이른 봄에 구입이 제일 좋다고 여겼다. 독을 살 때 소리 때깔 이렇게 공들여 사온 독은 귀하게 간수했다. 명문가문에서 장독이 시어머니에서 며느리에게로 대물림한 까닭은 그 독에 숨어있는 귀한 맛 때문이었다. 우리를 살찌우고 입맛 없을 때 미각을 돋워주는 음식들은 거의 모두 옹기 항아리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다양한 발효음식은 숨을 쉬는 옹기가 없었다면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들이 우리내 음식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옹기의 소중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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