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초, 구룡목등 600여종의 희귀 약초 보유
만병초, 구룡목등 600여종의 희귀 약초 보유
  • 김봉철 기자/ 사진 이용규기자
  • 승인 2012.04.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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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연건강학교 김승주 대표

▲ 지리산약초학교 교육과정 중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지리산자연건강학교 김승주 대표의 강의 모습.

산청읍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경호강 다리를 지나 지리산 웅석봉 계곡 쪽으로 가다보면 아름다운 펜션들이 즐비하다. 여기가 산청 내리 펜션단지이다. 이곳에서 약 15분 정도 시멘트 포장된 산길을 오르면 제법 펑퍼짐한 농원이 나온다.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야생약초가 수집돼 자라고 있는 지리산 자연건강학교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 1121 번지이다. 산청군청에서 남서쪽으로 약 1.5km정도 된다. 

지리산약초학교 교육과정 중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지리산자연건강학교 김승주 대표의 강의이다. 김 대표의 농원에는 다양한 약초를 볼 수 있고 그 약초들에 대한 김 대표의 설명이 현장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원래 김 대표는 약초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범한 공무원이었다가 어느 날 약초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다. 바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리산의 약초가 멸종돼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지리산야생약초 절반이 멸종
 
“원래 지리산에 자생하는 약초가 약 1천5백종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지리산에서 보고되는 약초는 이것의 절반도 안 되는 500여종도 되지 않습니다. 약초의 남획과 무지로 인해 약초의 보고인 지리산 약초생태계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지리산 약초가 멸종돼 가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지리산 웅석봉 계곡에 땅을 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그만 땅이었지만 지금은 40ha나 되는 제법 큰 규모의 농원이 됐다. 지리산자연건강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약초농원에는 지금 멸종위기에 놓인 약초를 비롯하여 야생약초 6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약초식물원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우리나라 유일의 약초식물원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이 넘는다.
1999년 산청군에서 평범한 공무원을 하던 김 대표는 산청군 의료원에서 보건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내 하상순씨까지 설득해 멸종해 가는 약초 종자 수집을 하러 나섰다. 하려면 혼자서 할 일이지 아내까지 직장을 그만두게 하여 약초 종자 수집에 나서자 주변에서는 당연히 미친 사람들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그런 이웃의 소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전국을 돌며 약초종자를 수집해 그들이 마련한 지리산 웅석봉 계곡 약초농원에 하나둘 가져다 심었다. 참으로 대책 없는 사람들이었다

산청군 공무원 하다가 약초 채집자로 변신

 김 대표는 약초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전국에 안다닌 곳이 없다. 지리산은 몇 십번은 올랐을 거라는 게 그의 기억이다. 하루는 포항 기청산에 있는 수목원엘 들렀는데 ‘만병초’라는 희귀한 약초가 눈에 들어왔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만 가지 병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고 하여  ‘만병초’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약초이다. 원래는 지리산과 설악산에 자생했는데 지금은 지리산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약초이다. 주인도 희귀한 약초인지를 아는 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심어져 있었다. 주인을 찾아서 한포기만 팔라고 하니 팔지 않는 식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냥 욕심으로 가져 가려는 것이 아니라 보존해서 보급할 목적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설득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들끼리 회의를 해보고는 진심이 통했는지 세포기를 주어서 가져왔다고 했다. 그 만병초가 벌써 300포기 이상으로 번식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김 대표의 40ha의 학교에 심어져 있는 약초는 하나하나가 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마가목 2000그루 이상 보유

이렇게 하여 지리산 자연건강학교에는 지금 지리산에서는 거의 구경을 하기 힘든 구룡목, 마가목, 접골목, 만병초등 목본 약초와 산작약, 음양곽, 기린초, 석창포, 지치등 초본류를 포함해 약 600종의 약초가 자라고 있다. 전국에서 약초 종류로만 본다면 가장 많은 약초를 보유한 약초 식물원이 된 셈이다. 마가목과 구룡목등이 약효가 좋아 지리5목에 속하는 데 이들 나무들을 우리나라에서 그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가목은 이미 2000그루를 넘어섰고 구룡목도 300그루 이상이다. 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개비자 나무도 700그루 이상이 잘 자라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 약초 나무 중에서 마가목을 제일 사랑하고 있다. 원래는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사는 나무인데 요즈음은 해발이 낮은 지역에서도 잘 자라도록 성질이 변했다. 약효는 열매가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는 작용이 있어 주로 기관지염이나 폐염등의 치료에 쓰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무 줄기에서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약효가 발견되고 기혈의 순환을 원할히 하는 것도 증명이 되어서 보약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마가목이 다양한 약효를 지니고 있어서 앞으로 연구개발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나무의 모양이 예뻐서 관상수로도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가을이 되면 익는 빨간 마가목 열매의 모습은 다른 어떤 약초나무에서 볼 수 없는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 고급 정원수로 적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약초는 신비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초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접골목(接骨木)이라는 나무가 있는 데 식물명으로는 딱총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가 뼈를 붙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조들이 뼈를 붙인다는 뜻으로 접골목(接骨木)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약초농장에 있는 나무와 약초 하나하나를 설명해 가는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한다. 약초를 보는 게 그의 놀이인 것이다.


약초는 이름만 봐도 그 효능을 알 수 있는 것이 많아

그렇다고 그가 약초를 놀이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은 아니다. “접골목(接骨木)을 잘만 활용하면 좋은 사업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할 일은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할 일이지만 말입니다. 요즈음 중년 여성들이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골다공증 아닙니까. 그런데 접골목(接骨木)을 평소에 차로 복용하면 이러한 골다공증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뼈가 부서지고 나서 치료하는 것 보다는 평소에 뼈에 좋은 약초를 꾸준히 먹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앞으로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03~2005년에는 경남 약초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6~2009년에는 경남 생약농업협동조합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한의대학이나 한의원들의 약초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약초와 중국약초는 약효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신토불이 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약초의 약효가 뛰어납니다. 징코민을 만드는 은행잎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생산되지만 우리나라 은행잎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인삼은 말할 것도 없구요. 4계절이 분명하고 추운겨울을 지내는 우리나라 약초의 약효가 세계적으로도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약초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약효를 가지고 있는데도 아직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 관계로 인해 중국약초에 밀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그는 아쉬움이 많다.
그는 또 한의대나 한의원등에서도 정작 약초에 대해서는 교육을 하지 않거나 잘 모르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의학의 기본은 약초의 약효에 기인하는 데 근본이 되는 약초에 대해서는 한의사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

한의대에서 약초 교육 시키지 않는 것 이해 안 돼

“한의학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당귀라는 약재가 있습니다. 한의원 특유의 약냄새를 나게 하는 약초가 바로 당귀입니다. 당귀는 향이 좋아서 최근에는 약초로서만 아니라 음식으로서도 많이 먹습니다. 특히 돼지고기를 구워먹거나 할 때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데 당귀를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그런데 한의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당귀를  한의사들에게 보이면 50%도 알아맞히지 못합니다. 약초의 생태를 모르고 약초의 성분과 효능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는 특히 한의사들이 처방만 맞게 내린다면 약초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한국 한의학의 기본이 되는 책은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입니다. 동의보감만 하더라도 허준선생이 약초를 다 시험해 보고 지은 책입니다. 그런데 500년 동의보감을 지을 때의 약초와 지금의 약초는 다릅니다. 사람도 다르지만 약초도 500년간 변화해 온 것입니다. 또 약초가 자라는 환경도 다릅니다. 기후도 다르고 땅도 다르고 물도 다릅니다. 재배한 것인지 자연에서 채취한 것인지에 따라서 약효가 다르고 재배할 때도 농약을 썼는지 비료를 사용했는지에 따라서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약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는 약효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의사들이 반드시 약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약시대 맞아 약초 재배 전망 좋아

김 대표는 그의 농장이 약초 보급을 위한 메카로서 기능하기를 희망한다. 멸종돼 가는 약초들을 일단은 복원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들의 약성이나 약효를 검증하여 필요한 약초들을 대량으로 번식해 농가에 분양한다면 농가 소득도 높이고 귀한 약초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이 될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미FTA로 인해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시기에 그의 농장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약초 전문가들이나 농가들이 힘을 합쳐 약초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약초를 단순히 한약재의 원료로만 생각하면 약초를 아주 좁게 보는 것입니다. 약초가 가진 강한 생명력과 뛰어난 기능성 물질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 약초산업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약초에 대한 접근은 가장 먼저 자연의 이치와 생명의 원리, 그리고 식물체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라도 정부와 학계, 의료계와 약초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 땅에 자생하는 토종약초의 효능이나 활용법을 재정립하여 국민 건강에 도움을 주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 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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