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면역력 저하의 의미
도민칼럼-면역력 저하의 의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13 19: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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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면역력 저하의 의미


사람들이 한의원을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유독 지난해에 비해 감기가 자주 찾아온다든지, 최근 들어 잔병치레를 자주 한다든지 변화가 생긴 사람은 보통 그제야 건강에 대해 반성하고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며, 좀 더 적극적으로는 병원을 찾기도 한다. 모든 아픈 이가 그렇듯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왜 아픈지에 대한 궁극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보면 ‘선생님 그런데 저는 왜 아픈가요?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요?’ 식의 단순하고 단편적인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이 때 가장 보편적이고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설명은 바로 ‘면역력 저하’가 여러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면역이란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면역이라는 단어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또 다른 예는 어떠한 원치 않는 외부 요인이나 환경에 대해 학습하고 대비한 이후에 나름의 정신적인 방어 기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보통은 그 면역이라는 것의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의 면역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체에 장단기 적으로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외부의 물질에 대해 세포 또는 그 이하 수준에서의 학습 및 방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면역작용이라고 한다.

면역장벽이라는 말을 틀림없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외부의 해로운 물질에 대한 우리 몸의 방패 같은 방어 기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과연 우리 몸에 대한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피부는 물리적으로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1차적인 면역 장벽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의 장이 2차적인 면역 장벽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이어지는 위장관은 속이 뻥 뚫려있는 통로에 불과하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장벽은 외부 아닌 외부에 노출되어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실제 장벽에는 무수한 면역세포들의 군집이 자리한다. 장벽(障壁)이 장벽(腸壁)이 될 수도 있다고 기억하면 좀 더 쉬울 것이다.

장과 면역의 관계를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면역과 관련된 수많은 질환들이 장의 건강, 또한 먹거리의 섭취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좀 더 나아가서 자가 면역질환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보자면, 실제로는 해롭지 않은 물질일 수 있음에도 우리의 몸이 과도하게 면역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알레르기와 아토피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이러한 자가 면역질환이 지금에 비해 훨씬 드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장의 건강은 곧 면역의 상태나 다름없는데, 현대의 먹거리는 각종 식품첨가물로 점철된 인스턴트식품 및 위장관에 부담을 주는 고칼로리의 음식이 넘쳐나는데 반해 우리의 장은 이에 맞추어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음식물이 우리의 몸에 이롭거나 해로운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즉 면역능력에 부담을 주는 환경에 둘러싸여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가 면역질환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면역력이란 제대로 먹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알레르기 환자나 아토피 환자를 치료할 때 음식 가리는 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도록 지도한다. 우선 내 몸이 어떠한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해당 음식을 하나하나씩 배제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좀 더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단을 통해 혈관 건강까지 개선시킨다면 면역력은 더더욱 높아진다. 이렇듯 장기적으로 식습관을 개선시킨다면 난치병인 자가 면역질환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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