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황묘농접(黃猫弄蝶)으로 안부를 묻다
칼럼-황묘농접(黃猫弄蝶)으로 안부를 묻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14 19:0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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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
 

박성식/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황묘농접(黃猫弄蝶)으로 안부를 묻다


옛 그림은 어떻게 그렸을까? 그리고 좋은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전통시대의 그림이나 장식미술은 옛 선조들이 자연과 인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삶을 살았으며,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꼈는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옛 그림에는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와 함께 그려진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의미와 상징을 강하게 내포하는 그림이 있다. 대표적인 그림이 ‘길상화’이다. 길상(吉祥)이란 행운이 따르거나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이다. 여러 가지 상징적인 뜻이나 의미를 지닌 동물, 식물 또는 자

▲ 황묘농접도

연물을 그려 놓고 그와 같은 것이 뜻하는 행운이나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담은 그림을 가리킨다.

조선시대 김홍도가 그린 <황묘농접·사진>은 어느 봄날 마당 한구석에 핀 패랭이꽃으로 살금살금 다가가다 뒤돌아보는 고양이와 나비 한마리가 나풀거리는 장면이 묘사 되어져 있다. 김홍도는 조선시대 3대 천재화가 중 한 사람이다. 무엇이든 살아 있는 것처럼 그려 내는 뛰어난 솜씨로 유명했다. 또한 순간을 포착해 내는 재주는 김홍도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 나비의 등장에 놀라 뒤돌아보는 고양이의 당황한 모습이 마치 카메라에 찍힌 것처럼 생생하다. 그림을 보면 앞뒤의 전개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살금살금 다가가고 있던 조심스러운 고양이와 놀란 고양이 때문에 다시 날아오르게 될 나비를 상상하면 사랑스러운 느낌이 든다. 좋은 그림이란 바로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면서 풍부한 상상거리를 주는 그림을 말한다.

이 그림에는 화창한 봄날의 풍경을 그렸다는 표면적인 요소 외에 또 다른 숨은 뜻이 있다. 고양이는 중국어로 ‘마오(mao)’ 나비는 ‘띠에(die)’라고 한다. 이는 중국에서 나이 많은 노인을 가리키는 ‘마오띠에’라는 말과 발음이 같아 고양이는 장수한 노인을 가리키고 있다. 바위는 불변의 상징이며 패랭이꽃에는 장수를 축하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제비꽃은 구부러진 꽃대의 모양새가 등 긁개를 닮아 여의초(如意草)라 하여 일이 뜻대로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옛 그림은 단순한 감상 이외에도 특정한 목적으로 그린 경우가 많았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뜻이나 상징을 담아 그리거나 새긴 것이다. 옛 그림 속에는 감상자로 하여금 연상을 통해 공감을 느끼게 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혹적인 예술이 아닐 수 없다.

현대 문명에 휩싸여 사라진 것들이 많아 아쉬움이 크다. 사실적이거나 추상적인 서양화의 유행으로 인해 사의적(寫意的)인 옛 그림을 접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 선조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꼭 편지를 써서 안부를 묻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위로할 일이거나 축하할 일들을 함께 나누기 위해 그림을 그려 보내는 일이 많았다. 앞에서 본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상대의 장수를 축하하기 위한 선물로 그린 그림이라 볼 수 있다.

2019년 기해년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소중한 분들에게 미술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패랭이꽃과 제비꽃 그리고 나비 그림을 그려서 안부를 물어보면 어떨까 싶다. 김홍도의 <황묘농접>을 희롱하듯이 나비를 두세마리 더 그려 넣어도 좋을 것이고, 패랭이 꽃밭을 만들어도 행복할 것이다. 제비꽃 향기가 전해졌음 더 좋겠다. 반대로 나비가 고양이를 희롱하는 그림을 그려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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