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대학 선배님! 과장님!
진주성-대학 선배님! 과장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18 18: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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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대학 선배님! 과장님!


어김없이 늦은 저녁에 친구네랑 아껴둔 막걸리와 와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만나기로 했다.

늦게 만난 탓인지 이미 식당 안의 손님들은 얼큰히 취해 노래방 온 듯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고, 그중 일행 몇 명은 가게 입구에서는 서너 명이 줄담배를 피웠고, 한쪽 테이블에서는 떨리는 손으로 폭탄주 제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3월이면 입학철이다.

봄날 꽃망울이 터지듯 대학가 캠퍼스와 주점의 술병 뚜껑도 뻥뻥 터트리면서 신입 대학생들과 후배를 맞이하는 선배들은 반가움과 기대감의 표현을 알코올 접대와 마신 양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면식 만남의 음료는 왜 소주여야 하는 것인가?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 상실될 만큼 알코올 취함으로 단합의 충성심을 보여야 인정받는 대학교와 회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시간 그토록 마셨던 소주의 추억은 아름답게 남아있는가?

좋은 날에는 향이 필요하다.

음식에서도 향이 나야 하고, 마시는 음료에서도 향이 나야 한다.

술에서도 향이 나야 하고, 만나는 사람에서도 향이 나야 한다.

계절과 주변의 향의 다양성을 논하는 즐거움으로 하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코로 마셨던 향기는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 만화책 내용에는 교통사고로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 환자가 와인의 향기로 깨어나기도 하고, 추억을 소환하고 인생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향은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추억을 만든다.

길거리를 지나다 앞서 가던 사람에게서 바람을 타고 쑥 들어온 향수 향을 맡고 오래전 헤어진 사람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제일 따뜻한 아랫목에 자식들이 뉠 자리보다 막걸리 항아리가 턱하니 자리 잡아 엿기름과 누룩 향 가득할 때 맛 본 달달하고 새콤한 막걸리 맛이 그립다.

여름철 소독차와 경운기 매연은 해충 박멸이라는 거짓된 상식인줄 알면서도 코를 박고 동네 어귀를 떠날 때까지 따라 다녔고, 이빨 빠진 과도를 들고 들녘에 쑥이랑 달래를 캐어다 된장국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 내면 반찬 없이도 대접만한 밥그릇을 깨끗이 배워 내었다.

며칠 전 딸 졸업식 날 노란 후레지아 가득한 꽃다발을 샀다.

후레지아보다 더 예쁘고 가격 착한 가격이 조화도 있었지만 후레지아를 집안 꽃병에 꽂아두면 집 들어설 때마다 후레지아 향기가 가득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새내기 대학생이 되고 첫 직장 신입회사원이 되는 날!

선배들은 인생에서 기억 되지 않는 소주 마시게 하지 말고, 향이 좋은 차를 같이 마시거나, 괜찮은 와인 한 잔만으로도 대면식은 보람되고 알차게 할 수 있다.

알코올 양으로 신입을 맞이하는 대학, 직장선배가 있다면 가까이 하지 말고, 향이 있는 음식이나 음료로 건네주는 선배가 있다면 그 사람을 가까이하고 배우면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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