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뭐시 중헌디?
도민칼럼-뭐시 중헌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21 18: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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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뭐시 중헌디?


지리산 남쪽 섬진강변 화개장터, 곧 매화가 반개하고 벚꽃이 만개하면 전국 각지의 여행객들이 앞 다퉈 와서 꽃비에 취할 이곳이 시끄럽다. 왜 시끄러운가? 어느 날 난데없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곧장 가는 길가에 있는 정금마을 도심촌 위에 무슨 댐이 들어서는 일 때문이란다. 산중의 작은 골짜기에 무슨 댐이? 양수발전소를 만드는 댐이란다.

곧 꽃 잔치가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집집마다 야생차를 따느라 개도 말을 알아들으면 데려다 일을 시키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바쁜 날이 코앞인데 사람들마다 웅성웅성 말들이 난무한다. 누구는 절대 안 된다, 누구는 볼거리가 생겨 관광에 좋지 않겠느냐, 누구는 군의 높으신 양반이 사업비 끌어오려고 추진한다, 누구는 그런 큰돈이 하동군에 오면 지역 경제가 살지 않겠느냐, 한다. 양수발전소 예정 부지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모두들 반대를 말하고 거기서 조금 비켜난 사람들 중에는 찬성하는 이도 있는 것 같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더러 무심하고 환경을 우선하는 이들은 발등에 불처럼 화들짝 놀라 결사반대를 외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는 모두 상반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양수발전소가 무엇인가를 알아보니 쉽게 말하면 골짜기 위아래에 댐을 각각 만들어 물이 많은 곳의 아랫물을 위로 끌어올려 다시 아래로 떨어뜨리는 수력발전소라고 한다. 화개의 댐은 섬진강 물을 퍼올려 전기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심야에 남는 전기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란다. 내가 알기로는 심야에 전기가 이제 싸지 않은데 무엇이 효율적일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는데 이 지역의 중장비만 쓰고 화개와 하동군에서만 나오는 자재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일부 돈이 들어오기는 할 것이다. 일자리도 생기겠지만 전문적인 일자리와 중요 보직은 한국수력원자력에 계시는 분들이 맡으실 테니 지역 일자리가 과연 얼마나 생길지 궁금하다. 세수증대? 이건 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가동률이 얼마나 될지 그동안 만든 양수발전소의 가동률이 워낙 저조하니 그 또한 기대를 갖기가 어려워 보인다. 저수지 등을 활용한 관광업의 파급효과가 생긴다는데 이 좋은 지리산과 섬진강에 와서 저수지 댐을 보겠다고 누가 얼마나 올라가겠는가? 게다가 상부댐 계획의 형제봉과 하부댐 도심촌은 계곡의 경사가 급해서 저수지를 보고 즐기기 위한 주변 널지대가 없다. 다니면서 보면 곳곳에 저수지들이 많이 있다. 그런 저수지가 그리 큰 관광의 효과가 있던가? 주변이 넓다면 고작 카페 하나 들어서겠지만 그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기 위하여 화개를 오겠는가?

거기에 비하면 지리산의 손발인 섬진강변으로 뻗은 형제봉 능선은 민둥산이가 될 테고 그곳 주민들은 자신의 터전을 떠나야 하고 엄청나게 큰 트럭들이 하루에도 수백차례 화개장터를 지나며 분진을 날릴 것이고 19번 국도의 4차선 공사도 지금 십여 년 가까이 보며 지치는데 댐 공사의 모습을 최소 5년은 어림없고 10년은 보아야 한다. 200만 톤이 두개인 400만 톤의 물을 담은 저수지가 내뿜는 안개와 습기로 화개면의 생태는 바뀔 것이고 댐 아래는 그 큰물을 머리 위로 이고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위협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개에 사람이 올까? 전기를 만들어 끌어 모아야 하는 하동화력까지 고압선철탑이 이어질 텐데 하동에 사람이 올까? 이미 양수발전댐은 적자만 양산해 세금 먹는 하마로 판명이 나 있다.

누가 봐도 화개댐은 어려운데 왜 머리 좋은 한국수력원자력 사람들이 8개의 부지중에 지리산자락 화개를 넣었을까? 어쩌면 원자력이 결국 대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안 되는 줄 알면서 이슈화 시키고 싶은 것일까? 거기에 지금 애꿎은 화개면민들과 하동군민, 지역의 높으신 양반들까지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뻔히 안 되는 이 사업을 두고 한수원에 놀아나서 우리끼리 서운해 하고 편 가르고 내 맘 갖지 않다고 속상해 말자! 몰라서 찬성하면 잘 설명해 주고 우리 고장이 오래 살아남는 법을 말하자! 그리고 한목소리라도 내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결연히 주장하면 된다. 그동안 정부의 사업 유치를 두고 지역민들만 서로 싸워, 일이 무마된 뒤에도 상처만 남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우리끼리 그럴 일이 무엇이 있는가? 미움보다 포옹의 힘으로! 분노도 맑은 분노로! 우리 지리산을 그대로 두라 말하자!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삽은 놓고 오시라! 행여 양수댐 만들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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