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풍족한 음식문화
우리의 풍족한 음식문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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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

 관광계열 교수

우리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외국의 현지식당과 우리나라의 식당 간에 음식문화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반찬이 모자라면 얼마든지 더 요구할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정’이다. 무엇이든 넉넉하게 배불리 먹어야 몸과 마음의 배가 부른 것이 우리의 정서가 아닌가. 하지만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다르면서 좀 인색하게 느껴지는 음식문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운 아시아 지역 몇 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본을 보더라도 식사를 할 때면 매번 밥을 반찬에 맞추어 먹어야 할 만큼 적은 양의 반찬이 제공된다. 그렇게 먹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와 식사를 하게 되면 우리의 진수성찬이 더욱 풍족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이렇게 제공되는 반찬이 남지 않도록 식사하는 사람도 신경 써야겠다는 반성을 한다.

말레이시아를 여행 갔을 때 하루 동안 택시를 이용하여 데이투어(day tour)를 했더니 자연히 택시기사가 가이드가 되어 많은 설명을 듣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 되어 현지음식을 체험하고 싶어서 재래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 같이 가서 음식을 골랐다. 대부분 닭튀김이나, 야채볶음 정도에다가 끈기가 없어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힘든 밥으로 식사를 했는데, 향신료가 들어간 소스에 찍어먹으니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밥을 먹는데, 먹는 음식만 먹게 되어서 손을 대지 않는 반찬도 있었다. 그것을 보고 택시기사가 손을 대지 않은 그 반찬은 가게에 반납하고 계산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일회용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그 기사는 손으로 밥을 먹으면서 식사도구 사용법은 우리가 낫지만 식사비 계산은 그 나라가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을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입에 맞는 음식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와 같은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는데, 큰 냄비에 국물과 많은 야채, 얇게 저민 소고기 그리고 소스가 음식의 전부였다. 결국 야채와 고기를 국물에 익혀 소스에 찍어 먹었으니, 다른 반찬은 없었던 셈이다. 처음엔 썰렁하고 허전하게 느껴졌지만 그렇게 먹다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싱가포르에서 칠리크랩은 이미 관광책자에 많이 소개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처음 그 나라를 방문하여 칠리크랩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식사 전 땅콩 볶은 것과 물휴지 등을 가져다주었다. 식사를 기다리면서 볶은 땅콩도 먹고, 물휴지로 손도 닦았다.

칠리크랩만으로 포만감 있게 먹으려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끈기도 없는 쌀밥을 시켜 소스에 밥을 비벼 먹었다. 그리고 식사비를 계산하는데, 계산서를 보니 항목이 더 많게 느껴졌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볶은 땅콩과 물휴지도 청구되어 있었고, 식탁에 앉아 가져다주는 밥을 먹은 대가로 서비스비용(service charge)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같았으면 땅콩과 물휴지 값을 받았겠는가.

다음 해 학생들과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볶은 땅콩과 물휴지는 반납하겠다고 했다. 사실 그 값은 얼마 되지 않지만 꼭 먹어야 되는 것도 아니었고, 적은 비용이라도 달러를 남의 나라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본 학생들도 볶은 땅콩과 물휴지는 반납하였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었다.

이와 같이 ‘정’도 없는 음식문화를 체험하고 돌아온 후 우리나라의 식당에서 식사할 때마다 다 먹지 못해 남는 반찬을 보면 아깝고 공연히 미안하다. 사실 무료로 제공되는 물도 가득 컵에 담아 다 마시지 않고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런 편리함과 풍족함이 해외를 다녀오면 비교가 되어 나의 일상을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여행을 다녀오면 익숙하게 유지되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감사함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내일 떠나는 싱가포르로의 1주일간 문화체험이 우리 학생들에게 그런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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