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 가족문화 Ⅰ
한국의 전통적 가족문화 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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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규/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유교를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고 문화를 발전시켜온, 우리만의 독특한 가족문화는 가족의 역사와 함께 도덕적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가족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면서 탄생된다. 아들을 낳고 딸을 낳으면서 가족관계가 형성된다. 한 부부가 2남 2녀를 두었다고 가정하자. 이 한 가족의 관계는 부부와 부자, 부녀, 모자, 모녀, 형제, 오누이, 자매라는 8가지의 친족관계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부부를 중심으로 각자 부모와 조부모를 위시하여 큰집, 작은집으로 나뉘면 백부, 숙부, 당숙, 숙질, 삼촌, 고모, 이모 등 한없이 펼쳐진다. 이러한 실로 기하급수적인 촌수의 친족구성은 우리만의 특징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늘어나는 가족사는 똑 같지만 어떤 관계를 중심가치로 두느냐에 따라 문화와 전통이 달라지고 가치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8가지 관계 중에서 부자관계를 제일 중요시하는 가부장제도이다. 동양권이 모두 가부장제도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부계사회라도 관습에 따라 사회제도는 다 다르다.

우리나라 부계사회의 특징은 출생 때부터 주어지는 장자상속으로 장자가 누리는 생활방식과 힘과 권력은 다른 형제와는 비교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장자우대불균등 상속으로 장자만이 호주상속을 계승하고 재산 또한 타 형제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이는 장자는 부모를 모셔야 하고(侍父母시부모) 제사를 지내야 하고 (奉祭祀봉제사) 손님을 맞이해야(接賓客접빈객)하기 때문이다. 가장은 가족의 삶을 관리할 자격이 주어져 자녀의 교육이나 직업선택, 결혼결정권과 아울러 재산을 관리하는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는 부모의 뒤를 잇는 장남의 의무이며 제사불가분의 원칙이란 관습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것 또한 직계자손의 특권이다. 이런 막강한 가장은 가족의 대변자로 사회모임이나 제례, 장례식 등에 가족을 대신하여 참석하는 권리가 있음과 동시에 가족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피해, 손상에 대한 의무도 함께 진다.

동양의 같은 부계사회라도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처럼 친족관계나 상속제도가 다르다. 중국의 상속제도는 완전한 균등주의다. 모든 것을 자녀수대로 똑 같이 나누는 상속을 화분(和分)이라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미처 분배하지 못하고 사망했을 때 싸워서 분배하는 역분(逆分)이란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말들이다. 그 나눔에 있어 얼마나 치열한가 하면 재산을 분배하려고 자식들에게 기별을 하면 모인 며느리들은 부엌으로 가서 식기와 수저 등 가재도구부터 똑 같이 나눈다. 곡식 나눔에도 예를 들어 3형제가 쌀 열 가마를 나눈다면 세 가마 세 말, 세 홉, 삼리씩 나누고도 남는 쌀은 며느리들이 둘러앉아 낱알까지 세어서 나눈다는 말이 있다.

땅이든 다른 살림도 모두 이와 같다. 만약 소가 한 마리밖에 없을 경우엔 우선 큰아들이 갖고 형제들이 매달 돈을 모아 소 한 마리를 사서 둘째가 갖고 다시 모아 그 다음 아들이 갖는 식이다. 이 과정이 길어져 세대가 넘어가는 경우에도 잊지 않고 아버지대의 상속과 할아버지대의 상속을 받는 철저한 원칙의 관습이 중국의 전통문화이다. 그리고 상속 시 형제들이 한 집안에서 살았다면 상속한 후에는 한 집에 살면서도 밥을 따로 해먹는다. 중국인들의 제사문화도 우리와 다르다. 처음엔 제물을 똑같이 마련해서 큰 아들이 지내다가 서로 마음이 안 맞으면 차자들도 따로 나가 위패를 모시고 각각 제사를 지낸다. 제사불가분의 원칙으로 신주는 오직 하나인 우리와는 다르게 아들 수만큼 신주가 늘어나는 중국 조상신들은 제삿밥 찾기에 상당히 바쁠 것이다.

일본도 같은 부계사회이다. 일본은 철저한 단독상속이다. 상속자 외의 차자들에겐 국물도 없다. 물론 일본인들의 70% 정도가 장자에게 물려주지만 일본은 유능한 한 사람에게만 물려주는 전통이 있다. 만약 큰아들이 시원치 않으면 차자나 사위, 데리고 있던 하인까지도 상속자가 될 수 있다. 이 후계자를 ‘아도도리’라 한다. 아버지가 아도도리를 결정할 때까지 집안에 그 있는 머슴이나 아들, 사위 등 그 누구라도 다 경쟁자가 된다. 그러나 일단 정해지고 나면 절대로 항의할 수 없고 선정된 아도도리는 그 이전의 모든 것을 싹 바꾸고 오직 성주에게 100% 충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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