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투표
온라인 투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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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기상/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투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사회적 의사 결정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기에 투표 행위의 비밀 보장과 공정성 담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실행하기 위한 필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재의 투표 체제가 발전해 오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1700년대에는 말로서 의사를 표현하는 선출방식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사인을 기표 용지에 표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는데 어떤 시민들은 누가 어떻게 투표 했는지를 사인을 통하여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몇 몇 주에서는 완전한 비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날의 미국 투표 시스템에서는 투표 기계가 많이 사용되는데 이러한 기계사용은 비밀의 보장과 함께 간단하게 투표 결과를 계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미국은 나라가 크고 주의 수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투표 기계가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기계적인 방식을 사용하거나 전자 스캐너를 이용하는 것 또는 광학 스캐너나 구멍을 뚫는 기계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방식의 기계사용은 급기야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아들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전자개표기 문제로 홍역을 치렀을 정도로 기계에 의한 투표는 때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원래 미국에서의 기계를 이용한 투표는 발명왕이라 불리는 에디슨이 미 의회에 제안했다가 의회는 토론과 협상을 통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며 퇴짜를 받았다는 일화가 있듯이 편리함에 비하여 문제점 역시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계를 이용한 투표 방식이 더욱 진화한 것이 온라인 투표방식이다. 온라인 투표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자들이 뚜렷이 나뉘지만 가정이나 도서관 직장 등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참정권을 높이는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애쓰는 선거 관리 담당자들에게는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일 수 있다. 기표소를 설치하고 개표 결과를 기다리거나 교사들이 개표에 동원되거나 학교가 투표장소로 사용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온라인 투표는 전자상거래처럼 개인의 신원을 밝히는 정보를 이중 삼중으로 제공한 뒤에야 물건을 사거나 돈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투표에 이 같은 너무 많은 정보를 요구하면 유권자의 비밀성이 침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남편의 신용카드를 동의를 얻어서 아내가 사용하면 보안의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투표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정보를 주고 투표하게 하면 대리 투표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상 가능한 문제는 인터넷에서 자주 발생하는 서비스 거부라는 해킹 기법을 통하여 투표가 제한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전자 상거래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잠정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뒤에 문제가 해소된 뒤에 재개하면 되지만 투표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투표 마감 시간대에 투표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같이 인터넷이 발전한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신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사회 발전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항상 이야기하는 바지만 기술 그 자체는 나름대로 중립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목적을 위하여 익명성이나 비밀 보장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동의를 무너뜨릴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 가운데서 서로를 존중하며 합의를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성숙이 필요조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코 기술이 모든 대답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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