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친정어머니 결연 맺기
하동군 친정어머니 결연 맺기
  • 뉴시스
  • 승인 2012.05.14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동군 적십자 협의회 이하옥 회장
▲ 이화옥(58·여)회장이 자신의 집에서 녹차잎을 선별하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에 거침없는 말투, 시골 장터에서 만난 이하옥(58·여) 회장의 첫인상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이하옥 회장은 조금 투박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하동군 적십자 협의회를 이끌며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1년도에 적십자에 입회해 그동안 악양면 적십자회장을 비롯해 각종 여성단체협의회장직을 역임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그녀는 독거노인 목욕시키기와 위로방문, 생필품 전달과 독거노인 밑반찬 만들기 등을 실천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서 왔다.

2010년 하동군 적십자 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후 이 회장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업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특히 결혼이민자 여성들을 위한 ‘친정어머니 결연 맺기’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사업 중 하나다.

하동군의 도움을 받아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언어·문화 차이에서 오는 각종 문제를 친정어머니 결연을 통해 해소토록 지원하고 한국생활에 빠른 적응·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장과 하동군 적십자회원들은 결혼이민자 여성들에게 마치 시집간 딸을 걱정하는 친정 부모처럼 한국문화와 한글을 가르치고 취업을 돕는 등 많은 부문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친정어머니 결연 맺기를 통해 박미란(52·여)씨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연을 맺고 있다.

박미란씨는 한국 국적취득 후 개명절차를 밟아 한국이름을 갖게 된 필리핀 여성이다. 현재 그녀는 필리핀에서 수입해온 물건들을 파는 작은 가게를 하동읍에서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만난 박미란씨는 유창한 한국말 솜씨로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날 때면 이 회장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며 “엄마가 있어 외롭고 힘들었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잘 견뎌 낼 수 있었다”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미란씨와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이 회장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폐 현수막을 이용해 장바구니, 앞치마, 가방 등을 제작하는 자그마한 공장이었다.
“비록 장비라고는 미싱 몇 대이지만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수입이 창출되는 우리에게는 아주 소중한 곳”이라고 이 회장은 이곳을 소개했다.

이 공장은 결혼이민여성들이 자국에서 익힌 숙련된 미싱기술을 활용해 다문화가정 자립기반을 구축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이곳에서는 결혼이민자 여성 5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만들어진 물건은 적십자를 통해 하동군 전역과 각종 행사장에서 팔리고 있다.

이 회장은 “물건 하나당 1000원씩에 팔고 있다”며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정성들여 만든 물건이라 그런지 동이 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람들을 위해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하동군 적십자를 위해 밑거름이 되는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받는 계층을 위해 끊임없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 회장은 각박한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