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멘티는 왜 필요할까
멘토 멘티는 왜 필요할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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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완석/한국국제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스승의 날을 맞아 실험실 선·후배들과 함께 몇 날 며칠을 사정사정해서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청국장 한 그릇을 먹고 왔다. ‘호텔’도 아서라, ‘부페’도 아서라 하시는 바람에 겨우 겨우 허락받은 곳이 평소에 가시는 집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들의 관계가 이 집 음식 맛처럼 진하고 향긋하며 진실 되기를 바라시는 마음으로 장소를 정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스승께 감사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멘토로서 아무런 조건 없이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것이다. 찾아뵙거나 전화를 드려서 멘토링을 할 때면 나침반이나 네비게이션을 선물로 받은 것 같아 어깨와 발걸음이 몹시도 가벼워진다.

멘토(mentor)는 조언이나 상담을 해주는 사람, 멘티(mentee)는 이에 대한 피동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멘토링(mentoring)은 멘토나 멘티가 되어 대화를 나누거나 마음속에 동기부여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잔소리’가 일방향성을 지니는 반면 ‘멘토링’은 대화가 있는 양방향성으로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되지만 문제 해결에 좀 더 효과적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좀 더 끈끈하게 맺어준다.

그럼, 우리에게 멘토링은 꼭 필요한 것일까. 정답은 ‘꼭 필요하다’이다. 멘토는 인생의 경험자로서 사랑을 베푸는 마음으로, 멘티는 겸손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멘토링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나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스스로 멘티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한데, 문풍지에 구멍을 뚫어서 그 이유를 들여다 보자.

우리 몸에서는 신경을 지방질 세포로 감싸서 기능을 좋아지게 하거나 빨라지게 하는 수초화(myelin)라는 과정이 있는데 생존에 필요한 척추는 태어날 때 완성되고, 이어서 간뇌, 대뇌 순으로 진행된다. 뇌 부위 중에서도 개념적인 사고, 비교, 예측, 추론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수초화가 느리게 진행되는데, 20세 이후부터는 아주 활발해져서 나이가 들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만큼은 20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해도 50, 60대의 어른들처럼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생각을 하기가 힘들다(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 대뇌 전두엽 앞쪽에 위치한 전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은 소통과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에서 성공한 ‘알파레이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세포가 죽는 대신 전전두엽 세포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깜빡깜빡하고 기억을 못하지만, 전체를 보고 핵심을 짚는 판단력은 좋아진다(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알파레이디 리더십).

책을 포함하여 인터넷 포털사이트, SNS 등에서 정보를 구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어른만한 멘토는 없다.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가슴 뭉클하게 밤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멘토가 1, 2명만 있어도 우리 청년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번 학기에도 그룹을 지어 멘토링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 입 열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멘토링을 주최하라고 권한다. 진정한 멘토링은 1:1 만남에서 나온다. 한가한 듯 보이나 나름 바쁜 스케줄을 가지고 있으니, 선생님께 준비한 따뜻한 자판기 커피가 냉커피가 될 때까지 문 앞을 지키고 서서 당당하게 시간을 빼앗자. 무료이자 무죄다. 조언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한 번 뿐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먼저 살아본 어른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좀 더 마음 편하고 확신에 찬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멘티가 되는 것은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는 첫 걸음이다. 이렇게 말하는 본인도 오늘 몇 번씩 멘토가 되었다, 멘티가 되었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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