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받아야 할 진주시의 빚갚기 행정
본 받아야 할 진주시의 빚갚기 행정
  • 김영우 기자
  • 승인 2012.05.14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영우/편집부국장ㆍ자치행정부장
#1.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 2007년 파산을 선언한 유바리시는 파산 이후 공공요금이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16만5800엔이나 폭등하면서 부담을 견디지 못해 많은 주민들이 떠났다. 시청 직원수도 절반으로 줄었고 직원급여도 절반가량 삭감됐다.

#2. 경기도 성남시. 부자도시로 꼽히던 성남시는 2010년 7월 재정여건 악화로 54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겠다며 우리나라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선언)을 선언했고 지금도 채무 변제가 진행중이다.

#3. 인천광역시. 올해 말까지 부채가 3조1842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면서 공무원 임금을 제때 못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는 공무원들의 시간외수당과 산하기관 파견수당 일부를 삭감하고, 간부 공무원들의 성과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최근 창원시청을 방문하고 창원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민선 5기 2년여동안 뼈를 깎는 긴축재정 운영으로 빚갚는 일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부자동네 창원시 공무원들이 좀체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 시장의 이날 '빚 특강'은 강연이 끝나고 나서야 참석 공무원 모두가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이 시장이 취임할 때 전임시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채는 1156억원. 진주시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2010년 전국체전을 개최를 위한 진주종합경기장 건립에서 비롯됐다. 대부분의 공사비를 국비로 충당한다는 시의 공식발표와는 달리 공사비 1805억원 가운데 시비가 무려 1383억원이나 투입됐다. 시는 신안동 공설운동장 보조구장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려 했으나 매각이 불발되면서 세입에 결손이 생겨 매각예상대금 800억원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았다. 여기에 기존 채무 226억원과 특별회계 차입금 130억원 등으로 2010년 사실상 채무가 1156억원에 달했던 것이다.

이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빚 갚기' 작전에 돌입했다. 채무를 줄이지 않으면 재정파탄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긴축재정 운영 등으로 채무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우선 추경은 당초보다 예산을 늘리는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2010년 하반기 2차례 마이너스 추경을 편성, 372억원을 삭감했다. 2011년도 예산은 2010년도 예산보다 1421억원(15%) 줄인 8114억원으로 초긴축예산을 편성했다.

아울러 진주시보건소 신축 이전 계획 백지화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64억원을 절감했고 월아산·가좌산 생태숲 조성사업도 규모는 줄이되 내실화를 기하면서 79억원을 절감했다. 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논개제 등 지역의 대표축제 예산도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줄었으며, 각종 민간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예산도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동참하자는 취지로 줄였다.

여기에 청사의 에어컨과 난방기 사용 자제와 엘리베이터 감축운행, 야간청사 소등 등 에너지 절약시책을 적극 추진해 작은 지출이라도 줄였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행안부가 발표한 에너지 절약시책 우수 지자체에서 진주시가 2위로 선정돼 17억원의 상사업비를 받았다. 진주의 에너지 자린고비 행정이 어땠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과정에서 마찰도 빚어지기도 했다. 어린이합창단 해체를 두고는 일각에서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처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농업인과 농민단체 예산을 줄였다며 농업인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각종 단체로부터 지원금이 줄었다면 불평을 듣기도 했다.

이런 피나는 노력으로 진주시는 2년 만에 818억원의 빚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남은 시의 채무는 560억원으로 2년 전의 절반도 채 안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워도 참고 불편해도 감수하는 등 전 직원과 시민들의 동참으로 '빚 전쟁'에서 이기면서 건전 재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자체의 채무증가와 재정파탄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여파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복지혜택은 고사하고 지자체의 빚을 떠안아야 한다. 도내 지자체 가운데도 몇곳은 세입으로 공무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할 정도로 재정여건이 어렵다. 제2, 제3의 유바리시나 성남시가 도내 지자체 중에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판 유바리시'가 나오지 않도록 도내 지자체는 진주시의 채무 이행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