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으로 보는 한국전통문화의 재인식 Ⅰ
굿으로 보는 한국전통문화의 재인식 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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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해/안동대 교수
종교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이 질문은 프랑스의 논술고사 시험에 출제되었던 논제였다. 사람들의 삶이 행복의 연속이라면 종교가 필요 없겠지만 인간은 의식주해결만으로는 자신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한 때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연방국은 종교를 없앴다. 러시아종교회건물은 유치원이나 창고로 쓰였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해제되고 소련이 해체되자 그동안 억눌렸던 신앙은 봇물처럼 터졌다.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일컫는 단일체제인 북한에도 불교 사찰이 있고 기독교의 교회가 있다.

이를 두고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유하는 능력이 있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은 새도 절묘하게 집짓는 사고능력이 있고 뱀도 나름대로 삶을 사는 지혜를 갖고 있다. 이렇듯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나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믿고 의지하는 신이 있는가 의 신앙생활과 후계자의 숫자에 관계치 않고 인위적으로 성을 즐기는 성생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은 모든 생명의 본성이니 인간의 특징은 신앙생활로 구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5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신앙생활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파생되었는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날 한 외국인이 당신 나라의 종교(국교)는 무엇인가고 묻는다면 특별하게 대답할 종교문화가 없어 우물쭈물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한 집 건너 십자가가 있다고 할 정도로 교회가 많고 사찰도 많다. 또한 다양한 종교가 많아 종교천국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많은 종교시설이 이웃에 있어도 그 신앙이 우리의 종교문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실질적으로 그 종교원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실현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고유의 종교가 있었다. 우리민족의 삶 속에 뿌리박힌 전통 종교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외부에서 유입된 타종교와 희석되거나 가라앉으면서 면면히 이어져 온 굿문화이다. 보통, 사람들은 굿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무당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민족, 한국인이라면 우리나라 말을 하고 김치를 먹을 줄 알고 굿을 제대로 알아야 한국인다운 한국인이라 할 수 있다. 굿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종교문화이기 때문이다.
굿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유교문화에 매몰된 조선시대에는 굿을 좌도로 간주하여 억압했고 구한말의 선교사들이나 일제 식민지 지배자들 역시 굿을 마귀의 행위로 간주하고 타파할 미신으로 삼았다. 이는 굿을 모르고 하는 행위로 굿은 엄연한 우리의 종교인 것이다.

종교란 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에 따라 믿고 숭배하고 받듦으로서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하는 정신문화이듯 굿(무교)도 이와 다를 바 하나도 없다. 기독교가 하나님(God)을 믿는 신자와 성경이 있고 불교가 부처님을 믿는 교도와 불경이 있듯이 무교(굿)도 무조신(巫祖神)을 믿는 무교도와 무경(巫經)이란 무속의 양식을 다 갖추고 있다. 불교의 불공, 천주교의 미사, 개신교의 예배, 유교의 제사와 같은 맥락이 무교의 굿이다.

이처럼 다양한 무조신이 있고 무경, 무가(巫歌)와 사제장인 무당의 굿판이 있는 굿은 종교로서 일정한 체계를 두루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 양식이다. 다만 그 내용이 독특할 따름이다. 어느 나라 종교든 민족 고유의 토착종교는 우리 굿처럼 민족마다 독자성을 지닌다. 인도의 힌두교나 중국의 도교, 일본의 신도 등이 다 그러하다. 모든 종교가 결코 합리적일 수 없는 초월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음에도 우리 굿을 미신이라고 하거나 비합리적이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우리 것을 비하하는 큰 잘못이다. 굿이 무당만이 담당하는 것이라는 오해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굿에 꼭 무당이 참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을 굿에는 무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풍물 굿에서는 풍물 잡이가 주체가 된다. 굿문화의 복합성 속에서는 우리 모두가 무당이 될 수 있고 무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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