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생각하며
한국전쟁을 생각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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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조/ Premiere 발레단 단장

원래는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공연 이야기를 조금 해 볼 작정이었다. 기획과 연출을 담당하게 되면서 따르는 '만들어 내기'의 고충과 그에 따르는 의미 따위를 적어 내려가려 했었다. 하지만 그럴 팔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까닭은 기고문을 쓸 때 항상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습관에 있다. 한글파일을 새로이 만들 때 기고문의 제목에 따라 파일명을 적어 넣고는 그 다음에 날짜를 항상 같이 써 넣는. 오늘이 6월의 몇 번째 날인지 궁금해서 확인을 해 보니 스물다섯 번째다. 반공의 시대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나로서는 뭔가 각별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남침으로 비롯된 내전,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6·25로 기억하고 있는 비극의 서막이 오른 날. 지금 시각이 04시 06분이니 61년 전 바로 이맘때 첫 포성이 울렸으리라. 그 포성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 한다.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유럽전선은 구소련에 의해 정리되고 나치 독일은 항복을 한다. 스탈린의 지배하에 있던 당시의 소련은 공산주의의 세계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 이는 레닌의 소련과 구분되는 아주 중요한 점이다 - 동북아에서의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제국에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미국이 떨어뜨린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인해 당시의 히로히토 천황은 무조건 항복을 하고 한반도,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던 19세기 말의 유럽을 지배한 사회진화론의 논리에 의해 삶의 연장이 불확실한 인큐베이터속의 가엾은 아기와 같은 운명을 갖고 있던 것으로 여겨졌던 이 한반도는 이른바 신탁통치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구소련은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 북쪽을, 미국은 남쪽을 제2차 세계대전 또는 태평양전쟁의 전리품으로 획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미 분단은 시작되어 완결되었다. 이 땅에 살고 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리 되어 버렸다. 전쟁의 경위 따위를 적어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는 휴전조인의 이해관계 당사국으로 남한 정부가 직접 서명을 한 일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1953년 7월 27일 미국과 북한, 중국 사이에 체결된 한국전 휴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이 협정의 정식명칭 중 어디에도 대한민국민주주의공화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한민국이 내전의 첫 포성이 지닌 이 엄청난 비극을 딛고 나의 눈앞에 우뚝 서 있다. "한강의 기적"을 거쳐서 "4대강의 기적"을 기대하는 하나의 희극으로.
그 우람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내 눈앞에 한없이 여려 보이는 한반도 남쪽의 모습은 도대체 뭔가. 한반도의 남쪽, 여전히 반쪽일 뿐이다. 또 다른 반쪽과는 그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OECD의 한자리를 차지했다고 으쓱해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1991년을 기점으로 그 정치적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하는 "냉전"이 여전히 그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땅.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의 땅. 가엾은 땅이요, 그 땅을 밟고 있는 나 또한 가엾기 그지없다. 두 쪽으로 나뉜 이 땅이 하나가 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이리 애처롭다면, 두 쪽으로 나뉜 이 땅이 계속 나뉜 채로 있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더 애처로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까닭은 그들이 "역사",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역사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리라.
흔히들 말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라고. 하지만, 역사는 다만 "역사가 망각될 때",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역사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배제시킬 때"에만 되풀이 될 뿐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1년이 지난 오늘이 우리에게 걸어오는 "이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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