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과 정신 Ⅱ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과 정신 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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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한국과학기술원 초빙

 과학자

인간 탄생 이후, 이빨을 쑤신 흔적이 발견 된 것으로 보아 200만 년 전 인간 최초의 과학발명품은 이쑤시개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채식을 하다가 육식을 하고부터, 동물과는 이빨의 구조가 다른 인간의 치아에서 찌꺼기를 제거해야 했던 것처럼 인간의 불편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불편을 개선하는 과학의 힘으로 제일 이로운 것은 스스로 믿는 신념의 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이 효과는 약보다 더 잘 듣는다는 보고가 있다. 인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심리치료제 역할을 과학으로 볼 때, 미신이라 일컫는 장승이나 솟대도 엄연히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장승이나 솟대의 기원은 약 3000년으로 본다. 시베리아의 오르도스 지방은 지금도 장승과 솟대나 성황당이 그대로 전해 오고 있다. 장승과 솟대는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10-20년마다 다시 만들어 세워야 했다. 20년을 주기로 다시 만든다고 가정할 때 3000 년간 150여회의 제작을 하며 사람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면 긴 세월 전해 왔겠는가. 서양인들이 미신으로 본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삶에 이로움을 주고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문화로 편안함을 주었다면 그 제도는 과학이고 우리 문화유산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리고 기록으로 보존되어 온 족보는 친척의 이름자만으로도 금방 순위를 알아볼 수 있는 대단한 문화이고 자부심을 높이는 과학의가족제도이다.

가끔 외국 사람들로부터 제일 먼저 질문을 받는 것은 ‘한국에서 세계를 상대로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사람마다 선정 기준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항상 석굴암, 포석정, 산삼이라고 대답한다.

석굴암은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해발 565미터에 있다. 신라의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735년에 세운 것으로 40개의 불상이 있었으나 앞의 좌우 첫 번째 감실 2개의 불상을 일본인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현재 불상의 수는 서른여덟이다. 중앙의 본존불은 높이가 3.4미터에 이르며 대좌까지 합치면 5미터나 되는 큰 불상이다. 신체의 비례가 알맞고 부드럽고 세련된 솜씨의 석굴암은 세계 문화유산에 들어있다. 신라의 석굴암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것은 신라 사람들이 지혜와 재능을 짜내어 만든 종합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수많은 조각상들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고 실제처럼 아름다운 옷 주름이나 동남아의 수많은 불상, 불탑과 정교한 인물상들의 조각을 보고 대단한 유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재료는 진흙과 같은 석회석으로 조각하기가 쉬운 것이지만 석굴암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다이아몬드의 강도가 10이고 화강암의 강도가 7이니 그 단단함을 짐작할 것이다. 거기다가 화강암은 결대로 쪼개지는 습성이 있어 다루기가 매우 어려운 돌이다.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제작 과정을 거쳐서 완벽한 배율과 아름다움이 갖추어진 석굴암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세계 어느 문화재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 인도의 불상들이 동굴 안에 많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그 지역의 기후가 더워 땀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기원전 1세기경의 신라는 불상을 인위적으로 동굴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석굴암은 건축물이라는 특징도 있다.

포석정도 경주를 직접 찾은 사람들은 매우 실망한다. 규모가 너무나 작다는 뜻이다. 원래 포석정이란 고래 모양을 따라 만든 수로로 물을 흐르게 한 후, 물위에 띄운 술잔으로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면서 즐기도록 만든 것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회전식 초밥테이블과 같다. 술잔이 자기가 앉은자리 앞으로 오면 옆에 놓아 둔 술을 술잔에 따라 마시면서 시를 한 수 짓는데 시간이 늦거나 제대로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셨다고 한다. 포석정의 측벽은 다양한 크기의 63개 석재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높이는 20센티미터 정도인데도 폭은 15센티 정도로 매우 안정된 구조로 미세한 경사까지 설치하여 흘러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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