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꿈, 업무경감
멀어지는 꿈, 업무경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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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 교장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근무여건은 오랫동안의 꿈이었다. 수많은 장관 혹은 교육감들이 교원 업무 경감이나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공약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교사들에게는 꿈이다.

과거에는 학교가 아이들의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되는 곳이었다. 지금처럼 학생들의 지도가 어렵지도 않았고, 학부모, 사회 모두가 학교에 대하여 신뢰하고, 긍정적이었다.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학교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정치에 크게 휘둘린 시절이 있었고,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학교에 대한 요구, 교육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다양해졌다. 그때마다 새로운 업무들이 양산되고 기존의 업무에 보태졌다. 생활지도와 인성교육, 학교급식, 지금은 보육 기능까지를 학교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학교에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나라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학교의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교직원들의 업무는 새로운 것들이 추가됨으로써 업무경감은 번번이 빈 말이 되고 만다. 5월 29일 현재 등록된 문서는 5377건이다. 매월 1000여건이 넘는 양으로, 12월 말까지는 1만2000여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급 기관, 외부기관, 자체생산한 모든 공문서의 양이다. 공문서 감축을 위해 메일 형태로 유통되는 문서를 제외한 양이다.

상급기관에서 공문 혹은 업무경감을 추진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추진조직을 만들고 그만큼의 공문서나 업무만 더 생긴다. 연중 내려 보내는 지시사항, 추진계획서, 각종 공모업무는 그 공문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꽉 짜여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허물고 학생 지도에 반영해야하고, 추진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결과를 보고 해야 한다.

공문이 많음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들은 학교의 교장이나 교감이다. 모든 분야의 공문서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공문서를 제외한 업무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현안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공문서나 업무는 폭주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업무부장의 명칭을 보면 사회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인 시절에는 새마을 부장을 두어 업무를 처리하였고, 환경교육이 강조되던 시절에는 환경부장, 사정, 민주정의사회구현, 국민정신교육이 강조될 때는 윤리부장의 업무가 폭주하였다. ICT교육을 강조하는 세상이 되니 정보부장이 생겨났다. 방과후교육, 특성화교육이 강조되니 방과후 부장 혹은 특성화 부장 등이 생겨났다. 세태가 변하여 조직하거나, 운영해야 되는 위원회도 많다.

세상이 굽이칠 때마다 교육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업무는 늘어나니 업무경감은 교사들에게 멀어져가는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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