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친구 K
동창 친구 K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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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길/시인
유년 시절로 돌아가면 한아름 찔레꽃이 무너져 온다. 유난히도 추억이 많았던 우리들의 어린 날, 한 편의 황토색 드라마들이다.

산골에서 태어나 자연과 바람과 뒷켠에 두엄 냄새나는 일상이 우리들의 하루 하루였던 그 날들 나는 K 친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중학교를 고향 가까운 J라는 도시에서 마친 뒤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상상과 함께 그와의 추억을 곧잘 떠올리곤 한다.

고향에서 같이 자란 K, 유난히도 개구쟁이였던 우리, 남의 수박밭에 들어가 수박이 익지 않았다고 말뚝을 모조리 박아놓아 뒷날, 동네에서 난리가 났던 일, 강에서 목욕을 하던 하던 여자 아이들의 옷을 훔쳐 장난을 쳤던 일, 어느 겨울 그와 동네에서 떨어진 들에서 짚불을 피우며 둘이 밤을 까맣게  보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K는 나보다 두 살이 많았으며 조숙한 편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할 시 졸업생에서 최고 큰 상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우등생이었다.

K는 직접 만든 대나무 퉁소를 불곤 하였는데, 달 밝은 밤에 그가 부는 퉁소 소리는 환상이었다. 음악에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던 것 같다.

그와 J라는 도시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에는 교우가 이어졌지만 그의 가족이 P라는 도시로 이사를 간 이후에는 연락이 끊어졌고 각기 다른 시간 속에 머무르게 되어 전혀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그의 소식이 궁금했다. 지인을 통해 경북에 있는 의대를 졸업하여 P라는 도시의 한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통화가 되어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오랜 시간 속의 그와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밀려왔다.

얼마 전 그의 아들 결혼식이 있다고 청첩장이 왔다. 서울에서, 그의 아들은 군인이다.예식장이라 다른 이야기는 나눌 수가 없어 아쉬웠다.

그뒤 K가 진주에 아는 이의 결혼식장에 온다고 전화가 왔다. 가족과 함께 와 잠깐의 만남으로 그와 헤어졌다.

그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K는 P라는 도시로 이사간 후 많은 애환이 있었다 한다. 9형제 중 여섯이나 불의치 않은 사고와 이상한 사건으로 사별을 하는 일들이 있었다 한다. 그도 어릴 때 담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등이 굽어 키가 크게 자라지 않았다. 만날 때는 굽은 등은 바로 섰으나 키는 여전히 작은 모습이었다. 

유월 초 동창회가 열린다. 그와 만남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하룻밤 밤을 세워 그와 짚불을 지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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