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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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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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삼희/창신대학 소방방재학과
외래교수ㆍ시인

초등학교 동창회가 고향산천 공설운동장에서 자굴 산의 정기를 받아 푸르디 푸른 날 열렸다. 1년 만에 보는 반가움에 가슴 설레고 처음 참석하는 친구들은 중년을 넘어 아득히 그 옛날 초등으로 돌아가 기억의 저편에서 가물 가물거려지는 순간이다. 여자는 어머니가 되고서야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하였다면, 남자는 지아비가 되고서야 세상 흐름을 안다고 해야 하리라.
 
세월의 흐름은 무던히 흘러갔다. 동창에서의 재회는 그 옛날 꼬맹이들의 추억어린 시절로 돌아가 야단스럽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감성만큼은 다들 아직까지도 소박해서 눈물겹다. 두 팀을 나누어 축구 시합을 해보니 영락없는 초등학교 친구 눈높이다.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모습에 화합의 차원은 웃음바다다. 옛말에 아침에 마음이 맞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이야기처럼 삶의 중간지점에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의 수다들과 안부들은 서산의 해를 넘기고 있다. 해마다 만나는 동창들 중에는 시간을 잘 활용해 색소폰과 기타 등등 제법 멋스럽게 취미 생활은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몸 짱 만들기로 건강을 챙기며 여가를 즐기는 친구들도 한 둘 있다.

우리네 인생 어떠한가. 그립단 말 함부로 못하고 외롭다는 말 함부로 못하면서 세월은 이리도 휘몰이 치듯 흘러가고 있지 않는가. 잠깐이면 십년이고 잠깐이면 적막한 세월은 또 다른 십년을 기웃거리며 눈물 나게 흘러간다. 어릴 적 짝사랑하는 친구들도 이제는 흰머리 나풀거리는 중년으로 같이 늙어간다. 동창이 좋다는 것은 좋은 일 궂은일에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마음을 내어 주는 게 진정 동창이다.

하지만 각자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뿐이지 않는가. 기껏해야 멀리 있는 친구들은 명절에 한두 번 얼굴 보며 그리운 안부전화가 전부인 세상, 요즘 사회생활에서는 첫인상에 목숨을 걸기도 하지만 동창들은 인간관계에 더 치중하면서 살아간다. 동창들은 늘 마주하면 포근함과 따뜻함이 있다. 그래서 만나면 반가움에 덥석 안아 보아도 편안하고 정겹다. 주역에서 말하기를 우주만물은 내부적으로는 늘 변하지만 하늘과 땅은 움직이지 않아 변하지 않는 고정불변이라 했다.

동창들이여! 건강하면 우정도 오래 나눌 수 있고 행복도 오래 지킬 수 있다. 잊혀진다는 것은 서러움이니 서럽지 않도록 자주 연락하며 살아보자. 친구야 살다 살다 그리운 날 있거든 풀 향기 나는 차 한 잔 나누는 여유라도 가져 보며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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