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소박한 농촌 삶
단순하고 소박한 농촌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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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인류가 더 잘 먹고, 더 좋은 옷 입고, 더 멋진 집에서 살아봐야겠다는 욕심은 결국 인류로 하여금 병들게 하고 또 다른 지배구조를 만들어내게 하였다. 소위 선진국이란 무엇입니까. 선진적 삶이란 대체 어떤 류의 삶입니까. 우리는 인류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동시대뿐만 아니라 후세대를 위해서도 배려하는 자원과 사람의 지혜로운 안배를 배워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읽는 신문을 생각해 봅시다. 며칠 전 한 신문을 보게 되었는데 그 면수가 무려 56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신문지 큰 한 면은 일반 서적의 4페이지에 해당되는 양인데 따라서 56페이지 신문이라면 224페이지의 시중의 웬만한 책 한 권 규모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신문을 가판대에서 600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싸게 신문을 팔아도 여전히 신문재벌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신문의 그 무수한 상업광고들 때문입니다. 광고들은 결국 물건을 팔아먹자는 속셈입니다. 그래야 기업이 돌아가고 경제가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그 이익은 사회의 소수에게 집중되고 일반 대중은 충실한 소비자로서, 존재와 정신적인 가치보다 소유와 물질적 향유가 행복이라는 이 시대의 요란한 공세 앞에 설득당하는 것입니다.

더 빠르고 더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게끔 만든 ‘마법의 플라스틱’인 신용카드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한도초과인생’으로 살게 만들어 국내만 해도 ‘신용불량자’가 380만 명을 넘어섰다는 우울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물건이 인격을 침해한 경우이며 소유가 존재를 파괴하기 시작한지 오래된 것입니다. 우리의 욕심 때문에 우리의 영혼을 잃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리스 버만(Morris Berman)이란 미국의 문화역사 학자가 '미국 문화의 몰락'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그는 미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가속화, 정신적 빈곤, 소비주의 문화 등의 이유를 들어 미국의 몰락을 예견하면서 그 해결방책으로 놀랍게도 ‘수도사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싸구려 속물주의, 소비주의문화, 이익추구, 권력투쟁, 명성에 대한 동경, 자신을 드러내기 등을 과감히 배척할 것을 주장하면서 수도사적 해법을 우리의 생활방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저는 이 주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현란하고 복잡한 도시생활의 한가운데서 자신만의 사막을 가지지 않는 인류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그 마음에 수도사적 생활양식이 뿌리내리지 않는 한 인류는 소망을 꿈꿀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미덕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모든 위대성의 공통적 특징이 바로 단순성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할 때입니다. 우리는 성자가 되기 위해 대단한 연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쓰고 사는 생활을 조금씩 더 단순하게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평화는 이와 같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자기변신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농촌의 생활은 그런 면에서 참으로 유익한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돈으로 양식을 사먹고, 돈으로 옷을 사입고, 돈이 있어야만 집을 지을 수 있고, 돈으로 교육시키며 돈이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이 엄청난 현실 앞에, 우리는 돈의 세력을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땅에 기초를 둔 농촌일 수 있다는 꿈을 꿉니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더 이상 물질적 풍요와 돈을 남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건전한 도덕심과 인류의 보편성에 기초를 둔 연민과 나눔의 가치를 유산으로 남겨주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면 농촌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자발적 청빈의 생활, 생명을 가꾸는 농업노동, 그리고 소박한 삶에의 그리움이 없이는 사랑과 행복의 나라에 도달할 수 없겠다는 겸허함은 오늘 우리 시대의 필 수 없는 진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농촌은 여전히 희망의 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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