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두나무, 무두마네킹
무두나무, 무두마네킹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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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석/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작년 10월 막바지쯤으로 기억이 된다. 친구와의 약속 시간이 약간 남아 있어, 가로수 아래 벤치에 앉아 여느 때처럼 품고 다니는 작은 시집을 펼쳐 들고 이리저리 뒤적이다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어 반쯤이나 읽어내려 갔을까 말까한 시점에 갑자기 뒤통수를 울리는 굉음이 울리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 곳에는 차라리 눈에 띄지 말았으면 좋았을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수령 20년을 넘었을까 말까한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잘려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것은 흔히들 말하는 조경 차원의 가지치기가 아니라 10미터 이상 자란 우듬지부터 싹둑 잘라내고는 안식과 그늘을 제공하던 아래쪽 가지들을 사정없이 잘라내는 게 아닌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에 그 아름답던 나무는 수의 뒤집어쓴 채 누워 있는 나무 시체나 허허벌판의 전봇대나 진배없는 몰골이 되어 통곡을 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비참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약속 시간이 거의 되었을까 말까한 시간 동안에 사랑스럽던 시만의 안식처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휑뎅그렁한 슬픔이 널려있는 것이었으니 도시의 숲을 일구고 그들을 사랑하면서 즐기면서 살아가는 시민들을 먼저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가득하였다. 이제 이러한 모습들은 시내 곳곳에 널려있고 심지어는 공원 내 국립박물관 주변에서도 흉한 나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일을 나름대로 그 이유를 짚어보면 햇빛이 가려진다고 들어오는 상점 주인들의 끊임없는 민원이나 수북하게 쌓였다가 길거리를 방황하는 낙엽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공무원들이나 거리미화원들의 불평을 잠재우기 위한 업무편의주의에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짐작이 된다. 그런 서글픈 장면을 보고도 담당공무원에게 항의성 전화 한 통화 못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관계당국의 행정편의주의나 개인이기주의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사례 앞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된다.
멋대로 가로수를 훼손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시민들과 은행나무 열매나 매화나무 등 유실수에서 열매를 거두어 가는 얌체족들은 한번 즘 자성해볼 일이다. 작은 벌레 한 마리와 초목 한 그루도 생명을 가진 위대한 존재라는 ‘생명존중사상’에서 심사숙고 해보고 시민정서생활에도 맞지 않고 국어사전에도 찾기 힘든 무두나무를 양산할 바에는 식목 전에 수종을 잘 연구하고 판단하여 심어 가꿀 일이다. 딱히 수종을 잘못 골라 기른 결과 ‘정말 이것은 아니구나.’ 싶은 그런 경우라면 더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개인이나 인근 지자체와 서로 협조하여 교환하여 심는 방법도 있으리라 강변을 해본다.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 흔히 말하여 몫이 좋은 곳에는 신사복이나 숙녀복 아동복 등산복 등을 취급하는 양품점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곳을 스칠 때엔 거의 반사적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며 눈요기(Window shopping)를 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경우에는 무섭고 징그러운 느낌이 들어 눈을 감고 싶을 때가 많다. 다른 나라를 자주 나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장면은 눈에 띄지 아니한 것 같다. 손 안에 드는 작은 인형도 목이 부러지거나 뒤틀린 걸 보면 두렵고 걱정이 되는데 어린이들이 오가고 외국인들도 지나다니는 길거리에 이런 흉측한 마네킹을 늘어놓았으니 입맛이 쓰다. 예쁜 얼굴 하나 올려놓는 일이 그리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 일도 아닐 듯하다. 인터넷이나 사전에도 이런 이름이 없어 내 나름대로 붙여본 게 ‘무두나무’나 ‘무두마네킹’이다. 섬뜩한 말을 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런 현상은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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