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간 낭비를 막으려면
디지털 시간 낭비를 막으려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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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칼럼

▲ 송기상/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지하철이나 식당 등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풍경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이 되었다. 90년대 정보통신 기술자들이 꿈꾸던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하며 사는 시대가 불과 20년 만에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 사실 반드시 원하는 그것은 아닐 수도 많지만- 손쉽게 접하게 된 것은 한국이 누리는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 덕에 사회는 더 투명해지고 있고, 각종 사건과 사고, 과거 같으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공유되던 소식이나 정보를 장삼이사(張三李四) 누구나 접하게끔 되었으니 경제적인 기적과 민주주의의 성취를 이룩한 우리로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또 다른 성취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무릇 기회는 준비된 자가 취한다고 정보가 아무리 널려 다닌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디지털 시간 낭비’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즉, 불필요하게 TV나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함으로서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디지털 시간 낭비라고 하는 데, 이것이 소득이 적은 계층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별한 목적 없이 또한 할 일도 마땅찮으니 TV나 보고, 딱히 정해진 목적 없이 컴퓨터에서 인터넷 신문이나 연예계 자료나 뒤적이고, 스마트 폰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한다고 버리는 시간들... 우리가 전자기기를 이용하면서 큰 목적 없이 소일하며 보낸 시간을 디지털 시간 낭비라고 지칭한다.
디지털 시간 낭비라는 단어를 접하고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산다는 것이 꼭 목적을 지니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하여서만 시간을 사용하여야 잘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좋은 기기나 정보를 손바닥 안에 쥐어 준들 그것을 의미 있게 사용할 줄 모른다면 그런 기기를 가진들 좋은 점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각 개인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고, 그 시간 속에서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계나 정보를 의미 있게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그 노력의 결과가 나에게 재화를 가져다준다면 왜 그것을 마다해야 하겠는가? 혹여 반드시 재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더 풍성해지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이 넘치는 정보와 기기의 시대에 마땅히 그런 능력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정보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인 ‘프로슈머(prosumer)’의 관점을 권하고 싶다. 즉, 무엇인가를 만드는 생산자(producer)인 동시에 타인이 만든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consumer)의 합성어인 이 단어처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나도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디지털 시간 낭비를 막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농부는 농산물을 만들고 그 재화로 공산품을 구입하듯이, 남의 콘텐츠를 읽고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나도 누군가가 읽고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하여 보급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리기에는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아주 쉽게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런 칼럼을 읽고 의미 있는 댓글을 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스스로에게 디지털 시간 낭비에서 디지털 시간 창조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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