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의 詩의 미학
천상병 시인의 詩의 미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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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길/시인

바람이 다투다 간 자리, 강물이 흐트러진 자리 거기 詩(시)가 사는 집이다. 낡은 木船(목선) 비오는 날 양철지붕 아래 詩(시)가 산다. 비틀거리며 가는 외로운 달, 曲線(곡선)의 낮은음자리표 귀퉁이에 詩(시)는 서성거린다.

날아가고픈 날들 얼마나 많았으랴 젊은 날은 온통 가난이 점령하고 바람이 바지 가랑이 가득한 시간, 천상병 시인은 날고 싶은 ‘새’였다.
桎梏(질곡)의 재 너머 천상병은 외로워 하고 절망하고 버린다. 나가 떠난 빈 자리,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돌아와 비틀거리는 시인. 그의 호주 머 니에 달은 지고 있었다. 그의 시 ‘새’는 자유를 갈망하는 언어들이다. 생명이 는개비처럼 희미하다. 시인은 ‘새’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내가 죽는 날/그 다음 날 (새의 전반부)
그는 술과 시와 죽음을 생각한다. 바람처럼 나뒹굴며 본인과 시를 학대한다
결국 의식을 잃고 길에서 쓰러져 행려병자가 되어 시립정신병원에 갇혀 시 인의 거리에서 얼굴을 감춘다.
누군가 “죽었을 거야”.“죽었다” 라는 말과 함께 그의 시를 사랑하는 문우 들에 의해 유고 시집이 발간되는 일이 일어난다. 그가 살아있음이 우연히 확인되고 그는 歸天(귀천)으로 돌아온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아침 이슬 더불어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생명을 잃어버린 새,생명으로 다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새, 이제 달관한 자유다, 귀천에서 그는 생을 소풍이라는 유희로 날아가고 있다. 다시 태어 남이다. 무덤에 다시 피는 생명은 아름다운 꽃이다.
전기고문의 휴유증으로 자식을 가지지 못하고 시를 타 고통을 삼킨 시인 그의 빈 자리를 채워준 아내 문순옥 여사, 사랑이다. 찻집 ‘귀천’은 천재시인 천상병의 새집이다.
걸레스님 중광 그리고 소설가 이외수와 천상병 시인 세 사람을 3대 기인 이라 일컫는다. 중광스님도 가고 천상병 시인도 새로 날라갔다. 나 돌아가 리라 시인은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갔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끼리 가슴을 비비고 산다’ 그는 가난 속에서 시 를 비비고 살다 진 꽃이다.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을 나는 새, 4월 모랭이 경기도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천상병 예술제’가 열렸다.
장미꽃보다 붉은 가슴에 찔레꽃처럼 하얀 순수로, 요놈! 요놈! 요놈!(요 예쁜 놈) 하며 해맑갛게 천진한 웃음을 날리며 그가 우리 곁으로 날라온다.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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