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이 울고 있다
섬진강이 울고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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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찬인/하동군 기획감사실장

섬진강!

전라북도 진안군 팔공산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 남원,순창,곳성,구례를 거쳐 하동 갈사만에 이르는 장장 육백여리를 유유히 흐르는 강이다. 남도의 젖줄로 지리산을 휘감싸안으며 수만년의 역사를 품에 안고 오늘도 흐르고 있다. 가야의 전사들이 섬진강을 따라 남해에 이르렀고, 백제와 왜의 연합군이 섬진강변에 모여 가야제국의 정벌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위해 뚜꺼비들이 한데 모여 울었다는 전설에서 섬진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는 강으로, 한때는 화개포구까지 배들이 드나들어 보부상들이 남해의 수산물을 등에지고 벽소령을 넘어 서울로 가져가던 천리길의 시발이기도 하였다.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섬진강을 노래하고 근자에는 김용택이 섬진강따라 살아온 민초들의 애환을 읊기도 하였다. 성균관 문묘에 배향된 일두 정여창이 학문에 심취한 곳이기도 하고 성웅 이순신이 섬진강 물길따라 백의종군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흔적도 여전하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흥준은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섬진강 물길따라 걷는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하였다. 맑은 물, 흰 모래톱에 참게, 은어, 재첩, 벚굴이 지천으로 늘려있고, 전라도도 경상도도 없는 섬진강.
그럼에도 섬진강은 울고 있다.
유장히 흐르던 강은 물길이 말라 강이 강이 아니다. 조국근대화의 기치가 펄럭이던 시절, 강의 상류 임실에 다목적 댐을 건설하여 물길을 막아버리고는 강 너머 정읍, 김제로 1일 96만톤을 보내고, 하천유지유량을 위해 하동쪽으로는 1일 8만톤만 흘려보내는 탓이다. 그것도 모자라 조국근대화의 거대한 손길은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보성강 물길조차 주암댐으로 막아버렸다. 이제 섬진강은 아사 직전이다. 엎친데 덮친다고 인근에 광양제철이 생기자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강 하류에서 1일 25만톤을 취수해 간다.
섬진강에 물이 없다. 바닷물만 있다.
섬진강 하류에서 잡히던 하동의 명물 재첩은 그 생산량이 근년의 10%로 줄었다. 하동 목도의 비닐하우스단지는 지하수조차 불안하다. 게다가 하류에서 30여km나 떨어진 화개장터 인근에 숭어가 뛴다고 하는 소식도 들린다. 통통배가 다니던 유장한 물길은 어느새 끊어지고, 강물위를 분홍으로 물들이던 벚꽃잎의 장관도 이제는 볼 수 없다. 재첩잡는 어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어머니의 강, 그 산자수명한 물길을 보러왔던 관광객들은 실망을 안은 채 돌아간다.
섬진강은 울고 있다. 아파서 우는 게 아니라 죽지못해 울고 있다. 어민들이, 주민들이 떼로 몰려가 수자원공사에 항의해도 묵묵부답이다. 댐 건설 기본계획의 기준대로 방류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그네들의 눈에는 섬진강이 보이지 않고 오직 물팔아 돈버는 생각뿐이다. 하동군에서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장단기 대책을 수립하고 수자원공사, 국토해양부등에 쑤씨고 있지만 역 부족이다. 경상남도도 크게 관심이 없다. 믿을 것은 오직 국민적 여론 뿐이다.
도민들이여! 섬진강이 울고 있습니다. 섬진강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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