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보는 눈
아래로부터 보는 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0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숙/시인

관직에 거하면서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을 갖춘 도둑이다.(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 내 방에 주인을 찾지 못한 이 액자 하나가 있다. 이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을 축하하며’ 라는 부기대로 그날 선거개표방송을 본 직후에 쓴 글을 표구한 것이다.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도지사에게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담아서 전하고 싶었다.

실은 김두관 지사도 지사지만 그보다도 지사 부인께 더 전달하고 싶었다고 할까. 당사자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표현이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만약 노 태통령이 좀 더 지혜로운 내조를 받았더라면 그가 김해에서 서울까지 후배 검찰들 앞에 불려가지 않아도 되고 그 이른 새벽 홀로 부엉이 바위로 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회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TV를 보다말고 붓을 들고 딱 한 장 쓴 글을 다음날 일찍 표구사에 맡기면서 빨리 해주라는 부탁까지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바뀌어도 이 글이 내 방에 그대로 있자 이를 보는 지인들마다 “ 어, 이거 언제 갖다 주는데? 이러다 임기 다 끝나겠다.”라고 한마디씩 했다. 그래 최근에는 아예 신문지로 포장을 해서 묶어버렸다.
그런데 자칫하면 정말로 이대로 그의 임기가 끝날지도 모를 판국이 되어가고 있다. 일개 도지사 자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일국의 대통령이란 그 큰 자리가 유혹을 하니 자의든 타의든 이번 선거에 군침을 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무는 그대로 있고 싶어도 바람이 계속 불어대면 가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러나 제 자리에 제대로 심기고 오래된 나무는 강한 바람이 좀 분다고 해서 그 뿌리째로 뽑히지는 않는 법이다.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반면교사로 보자. 경남도민들은 그들을 삼선 재선으로 밀어줬건만 그들은 이런 도민들의 순정에 둘 다 보궐선거로 답례를 했다. 그나마 도지사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의 뒷모습보다 더 나은 얼굴이 텔레비전에서 나오길 기대했지만 청문회장에서 본 장면은 그와는 정반대여서 한없는 절망과 분노를 삼켜야 했었다.
그런데 경남도지사란 자리가 그런 자리인지 또 현직 도지사를 막 흔들어 댄다. 김혁규 김태호 지사는 삼선 재선이라도 되었지만 지금 김두관 지사는 아직 초선인데다 이제 겨우 임기 2년이 지났다. 이런 시점에서 그를 빌려간다는 것은 아무리 보증서를 써 준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볼 문제들이 다분하다.
김 지사는 무엇보다도 도지사로 나설 때의 그 공약을 져버려서는 안 된다. 본인은 조급할지 몰라도 경남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마음을 비우고 현 도지사 임기를 충실히 마치고 나서 출사표를 던져도 하나도 안 늦다고 본다. 김두관 지사는 50대 중반으로 아직 젊다.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60대 70대까지 생각해본다면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는 말을 명심해야한다. 대통령은 사슴 한 마리를 쫓아가는 자리가 아니라 온 산을 훑어 봐야하는 자리다.
공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근거리에서 도움을 주는 측근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것도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주민의 마음과 민심을 읽을 수가 있어야 한다. 아부도 실력이다는 말대로 처신하는 가신그룹들은 항상 자신의 뜻을 국민의 뜻으로 포장을 해서 우선 귀에 듣기 좋은 말로만 속삭일 것이다. 마치 대권에 도전장만 내면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하지만 상처투성이인 도민들의 가슴은 이제 이전보다 훨씬 냉철해졌다. 젊고 돈 많고 예쁜 새 여자에 반해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버리고 간 의리 없는 남편 같은 도지사는 앞에 두 사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2년 전 우리 도정을 알뜰히 잘 챙겨줄 경남도지사를 뽑았지 대한민국대통령 예비후도를 뽑았던 게 아니다. 물론 배를 뒤집을 만한 큰 물고기를 경남 이라는 호수에 언제까지나 가둬 둘 수야 없겠지만.
도지사는 철면피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안하무인의 달인인 현 대통령을 잘 보시라. “관직에 거하면서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을 갖춘 도둑이다.”는 채근담의 이 경구와 함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