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경비 보조금, 인성교육에 가장 먼저 쓰여야
교육경비 보조금, 인성교육에 가장 먼저 쓰여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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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새누리당)

계속되는 학생들의 자살과 이미 일상화된 학교 폭력 문제로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이 뜨겁다. 그 동안 이러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몇몇 학생들의 문제로 치부해왔지만 이번 일들을 계기로 이 문제가 몇몇 특별한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졌다. OECD가 매년 발표하는 청소년 행복지수는 근래 몇 년째 대한민국이 연속해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수집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불과 3년 전하고만 비교해 봐도 학교폭력과 우울증으로 상담한 초등학생 수가 2배 이상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정신불안으로 자살을 고민하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코너로 몰리게 되었을까. 경제 불안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학교 교육이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면서 많은 학생들이 고립되고 낙오되며 자존감을 잃고 있다. 무한경쟁과 성적지상주의, 승자독식문화가 만연하면서 아이들 역시 성적과 부모의 재력을 앞세우는 논리에 길들여지고 힘과 권력이면 뭐든지 다되는 사회 풍토에 쉽게 휩쓸리고 있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쉽게 감정과 힘을 앞세우는 아이들, 지금 우리 학교 교육은 인격을 함양하는 데에서 만큼은 그야말로 백퍼센트 실패하고 있다.
언론이 북을 울리자 뒤늦게 학교와 지자체 그리고 사회단체들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전담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상담 센터를 확대 개편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앞 다투어 포럼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온갖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앞서 원인을 살펴보았듯이 급한 불만 끄는 식의 임시방책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으며 가정과 학교의 장기적인 인성교육을 통해서만이 그 근본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은 학교에, 학교는 가정에 인성교육의 짐을 미루고 있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왕따, 학교 폭력에 불감해 지고 피해 학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우울증으로 심화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가정의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미 많은 가정들이 인성 교육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맞벌이와 이혼 등 가정으로서의 역할 약화와 해체로 더 이상 아이들의 인격 형성과 인성 교육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 진 것이다. 결국 학교와 사회가 나서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잘 준비된 인성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다친 영혼을 치유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인격을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네 일선 학교의 모습은 작금의 문제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학교 폭력 문제나 왕따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무조건 덮으려고 하는 무책임한 학교 행정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법률과 조례에 따라 지자체가 각급 학교에 지원하고 있는 2012년도 교육경비 보조금 사업 내역을 살펴보고 본의원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교육경비 보조금은 지자체가 따로 예산을 마련해 교육 현장의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2012년도 보조사업 내역 그 어느 곳에서도 ‘인성교육’과 관련한 사업내용을 단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
자살 문제는 예방 밖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눈앞의 잘못을 감추고 작게 보이려고 사후 수습하는 대책만으로는 힘겨워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 또한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이 깊게 병들어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선 학교부터가 냉정하게 깨달아야 한다. 학교 폭력과 자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사회와 학교에서 우리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보듬고 치유하는 인성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는 교육경비 보조금만큼은 지금 우리 교육현실에서 가장 절박하고 시급하다고 볼 수 있는 자살예방과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보조금의 최소 10% 이상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추진과 지속적인 관리에 쓰일 수 있도록 제도와 규칙을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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