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국밥에 담긴 할머니 사랑
첫국밥에 담긴 할머니 사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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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첫 외손자가 태어나던 날, 막 외할머니가 된 아내는 부지런히 맑은 미역국을 끓이고 흰 쌀밥을 지어서는 딸아이가 입원해있는 산부인과를 찾았었다. 마침, 막 친할머니가 된 안사돈 역시 미역국에 흰쌀밥을 해 오셨는데 공교롭게도 안사돈이 가져오신 것은 양지머리를 넣은 미역국이었다. 양지머리 미역국은 친정어머니인 아내가 먹고 맑은 미역국을 딸아이에게 먹였던 기억이 새롭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기를 굳이 구별한다거나 안사돈이 가져오신 미역국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맛이나 영양학적으로 따진다면 맑은 미역국이 쇠고기 미역국을 당해낼 수가 없으니 말이다. 단지, 신생아와 산모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막 아이를 출산한 산모는 쇠고기 미역국을 먹지 말아야 한다. 막 태어난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엄마의 젖을 통해 아기가 먹게 될 모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막 태어난 신생아는 사실, 불완전한 상태이다. 특히 장기가 그러한데 양지머리 같은 쇠고기 속에 함유된 지방질이 모유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도 분해시켜서 흡수할 능력이 없다. 산모 역시 중환자 수준이기 때문에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먹으면 그것을 정상적으로 대사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젖을 통해 그대로 아기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아주 미량의 지방질이라 할지라도 자칫, 신생아의 아토피를 유발하는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가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엄마젖에서 처음 나오는 초유인데 맑은 미역국에 부드러운 쌀밥 정도면 초유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제일 먼저 고기를 넣지 않고 맑은 국간장과 참기름 조금만 넣어 맑게 끓인 미역국을 먹였다. 이름 하여 ‘첫국밥’이다. 미역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요오드는 모우 분비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영양성분이다. 생후 21일 동안 분비되는 초유에는 신생아가 일생동안 튼튼한 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피더스균같은 유익균이 일반 모유에 비해 50배나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초유라고 하는 것이다. 신생아 시절에 좋은 초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에 비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일생을 통해 건강문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산모들이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았다고 해서 항의를 했다는 얘기들도 들리는데 이는 산모들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데서 행한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막 낳자마자 모유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나오는 산모들도 있지만 대개의 산모들은 모유 분비가 사실 시원치 않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무지한 산모의 걱정과 산부인과의 과도한 친절이 불러오는 아이러니한 행동은 오히려 모유 분비가 시원치 않다고 해서 바로 분유를 먹이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다. 신생아의 장에는 배냇똥이라고 불리는 태변이 들어 있다. 엄마 뱃속에서 280일간 있는 동안에 쌓인 노폐물이다. 이 노폐물은 세상에 태어난 이후 대개 사흘에 걸쳐 배설된다. 그리고 그 사흘 동안은 신생아가 굶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모유도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분비되지 않고 젖이 도는 시간이라고 해서 약 2~3일이 지나야 나온다. 그런 이치를 모르니 배내똥도 누기 전에 분유를 먹이고 심지어 초유도 먹기 전에 분유를 먹이는 불상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신생아는 태변을 볼 때까지 금식을 해야 하고 엄마는 젓이 돌기를 기다려야 한다. 미역국은 맑은 미역국을 먹어야 하고 산후조리 기간에는 얼음이나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과일처럼 찬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산모의 몸은 앞서 말했듯이 중환자 수준으로 대사능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몸을 차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옛 조상들은 삼복더위에 아기를 낳아도 구들방에 불을 때고 양말을 신기며 이불을 덮고 자게 한 것이다. 찬물도 못 마시게 하면서 산모와 신생아의 몸 상태를 섭생으로 다스렸는데 지금은 그러한 섭생은 온데간데없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멋대로 하고 있으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모유가 전혀 나오지 않는 산모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모름지기 산모는 아기의 젖니가 돋는 시기까지는 초유는 물론이려니와 모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 젖이 부족하다거나 일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유동식은 철저하게 지켜서 먹이는 것이 좋다. 이유식을 잘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젖니가 나기 전에 고형식을 먹이면 아기는 소화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몸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부분 바로 배설이 되고 만다. 첫국밥을 정갈하게 끓이는 마음, 미음으로 시작해 때맞춰 묽은 정도를 조절해가며 이유식을 끓여 먹이는 정성이야말로 귀히 얻은 손자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옛 어른들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랑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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