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의 무대 飛兎(비토)섬
별주부전의 무대 飛兎(비토)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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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길/시인

섬은 바람의 등 뒤에 숨어 많은 이야기와 꿈과 낭만을 품고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섬 비토, 낙지포 선착장 빈 배로 돌아오는 어부의 그물에 노을이 가득하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섬, 어촌에 등이 걸리면 저녁별 내리고 갯벌엔 달빛을 쪼아먹는 게와 조개들의 노래로 여름밤이 나뭇잎 흔들리듯 하다.


비토섬은 토끼가 나는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못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대소설 ‘별주부전’의 무대에 나오는 거북이의 거북섬, 월등도,별학섬 등의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꾀 많은 토끼가 살았던 천왕산이라는 지명도 있다.

남해의 용왕인 광리왕이 병이 들어 죽게 되었는데, 토끼의 간을 먹으면 살 수 있다고 하여 거북이가 육지로 나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간다. 그러나 꾀가 많은 토끼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간을 월등도 계수나무에 걸어두어 볕에 말리려고 꺼내놓고 왔다는 말을 한다.이 말을 믿고 다시금 거북이와 함께 육지로 토끼의 간을 가지러 나가지만, 토끼는 육지로 나와 도망가 버린다. 상심한 거북이는 도인을 만나 다른 치료약을 구하여 용궁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별주부전'의 줄거리다.

비토섬은 굴(석화)의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옛날 서포의 굴은 임금님한테 진상한 것으로 알려져오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바다에서 생산되는 굴은 그 맛이 일품이다.
사람과 바다가 어울려 사는 섬, 들꽃을 따라 가면 바람이 마중 나오고 조개 햇살처럼 정이 있는 섬, 그 섬에도 아픈 역사가 있다. 건너 삼천포 실안 영복원에 있던 한센인들과 비토 주민들 사이의 충돌 사건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된 비극의 땅이기도 하다.

1957년 영복원의 한센인들이 월등도가 있는 비토섬 하봉을 개척하여 정착지로 자리하려고 이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한센인들이 비토쪽 주민들과의 싸움에서 밀려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픔은 오래 오래 숨어 있다가 바닷물처럼 밀려와 우리들 가슴을 후빈다. 그 아픔을 딛고 비토섬은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고자 하는 바람으로 한창이다. 사천시에서 고대소설 ‘별주부전’의 무대인 비토섬을 테마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먼저 해안 일주도로가 만들어졌음 한다

밤 풍경이 아름다운 섬, 멀리 ‘창선연육교’ 불빛 쇼가 가슴을 담금질한다. 내 남은 시간 다 내려놓고 여기서 머물고 싶다. 내 아내가 살던 곳, 몇 년 전 먼 길을 가신 장모님이 갯벌에서 낙지를 캐어 “내 사위 내 사위” 하며 달려올 것 같다. 이야기가 많은 섬 비토, 그 섬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캐어내 글광우리에 언젠가는 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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