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밭
작은 꽃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4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바이오과학대학장

일요일 아침 느긋이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아내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며칠 전에 들여온 수국 녀석은 화분이 낮아서인지 금방 시들어 버려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단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아내 때문에 우리 집은 요즘 유행하는 아파트 베란다 확장을 하지 않았다. 또한 집의 방향이 동향이라서 일기가 좋은 날이면 언제든지 일출을 침대에서 맞이한다. 혹시라도 내년 일출을 보시려면 우리 집을 예약하시라. 창문 너머로 거침없이 해는 솟아오른다. 집을 넓게 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대신에 작은 꽃밭을 가꾸게 되었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쁜 일이 생길 때 또는 우울할 때도 아내는 화분을 사달라고 조른다. 덕분에 사계절 집안에서 꽃을 볼 수 있다.

오밀조밀 놓여 있는 화분에는 갓 들어온 것부터 제법 몇 년씩 된 녀석들이 많다. 파란 것은 풀이고 색깔 있는 것은 꽃이라고 생각하던 난데 아내 덕분에 제법 꽃 이름도 몇 개 외운다. 요즘 제일 예뻐 보이는 게 꽃기린이다. 잎은 별로 없고 몸에는 온통 가시만 두른 채로 기린처럼 목을 길게 뻗어 손톱만한 빨간 꽃송이를 피어낸 것이 대견하다. 이 녀석이 아마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되었나 보다.
그 옆에는 얼마 전에 꽃집에서 데리고 온 수국인데 봉오리 때는 흰 빛 이다가 지금은 완전한 보랏빛으로 변했다. 꽃이 은은하면서도 풍성하다. 아내 말로는 화분에 키우기엔 나무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이제 꽃만 보고 시골 마당에 심을 거란다. 새빨간 제라늄이 화려한 자태로 그 옆을 지킨다. 독특한 향이 있어 벌레 쫓는데도 많이 쓰인다고 귀뜸 한다. 어버이날에는 장인 장모님 모시고 외식하더니 꽃집에서 이제는 잎이 풍성하고 키 큰 화분 갖고 싶다나? 그래서 잎 넓은 ‘공작’을 화분에 심었다. 자리를 넓게 차지해서 가장자리에 배치하였는데, 베란다에 모인 식물들의 키 높이가 조화를 이루며 풍성한 모습니다.
한켠에는 요즈음 뜨는 다육이 몇종이 줄지어 섰다. 레이디스핑거스, 환엽홍사, 취설송, 구미리, 에그린원 그리고 파랑새 등. 그 이름들이 이쁘기도 하고, 또 누가 붙였는지, 종류만도 수백종이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선인장 종류에 눈이 간다. 관리하기가 편해서인지, 정원에도 가지수가 점차 늘어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내는 늘 베란다에서 꽃들과 눈마춤 하며 뭐야뭐야 얘기한다. 이름을 불러주고 얘기를 해줘야 건강하게 잘 자란단다. 예전에 아버지께서도 곡식들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 들으며 자란다고 하신 말씀과 그 내용이 통하는 것 같다. 아내에게 항상 묻는다 “저 꽃이름이 뭐냐고” 참 신기한 것이 아내는 그 이름들을 잊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고 항상 알려준다. 가족들에게도 알려주려고 화분마다에 그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물을 자주 주면 뿌리를 썩게 하고 또 내버려두면 말라 죽어버린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똑 같은 거 아닌가 싶다. 너무 신경써도 무심해도 자식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런 것을 머리는 알고 있지만 내 자식이라는 소유욕 때문에 자꾸 지나치게 된다. 남이라면 한발짝 떨어져서 장점과 단점을 구별해서 장점은 살려주고 단점은 고쳐줄 수 있는데, 내 자식이라는 욕심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장점과 단점의 구별을 하지 못하는 근시안이 되어 버린다. 눈에서 가까워질수록 사물을 인식할 수 없듯이. 때로는 그것이 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부모니까 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니까 라는 자기 위안을 위해 안개속이 되어 버린다.
지난 5월을 돌아보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부처님 오신날 등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자식과 부모 그리고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는 뜻일 것이다. 단순히 전달하는 선물이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나의 입장만을 고집하지 말기를 바라며, 상대가 기뻐서 웃음지을 수 있는 내가 되어 보고자 하는데, 당신은 동의하십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