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면 유감
지리산면 유감
  • 이선효 기자
  • 승인 2012.06.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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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찬인/하동군 기획감사실장

최근 도내 어느 군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버젓이 추진되었었다. 지역의 면이름을 지리산면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군의회 모 의원이 발의를 하고 군에서 그 의견을 받아들여 주민여론조사까지 마치고는 관련조례를 개정하기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한다.


인근지역인 남원,산청,하동 등지에서 난리가 나고 의회에서 반대결의안을 채택한 곳도 있었다. 다행히 그 군에서 지리산면으로의 명칭변경을 철회하면서 헤프닝이 일단락되었지만 여러모로 곰곰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

지리산은 어떤 산인가? 경남, 전남북의 3개도에다 1개시(남원),4개군(하동,산청,함양,구례)에 걸쳐있는 472㎢의 광대한 산이다. 남한내의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주봉으로 서쪽의 노고단까지 동서간의 길이가 100여리나 되고, 1000m이상의 봉우리만도 20여개가 넘는 거대한 산악군이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민족의 기운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지리산에서 뭉쳐진다.한마디로 사람으로 치면 단전에 해당되는 곳이다.

1만여년전 지금과 같은 한반도의 모습이 만들어진 이래 지리산은 민중들의 귀의처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이들의 희망의 땅으로 신령스러움과 함께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왔다.

지리산은 민족의 산이자 어머니의 산이다.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은 지리산의 3대 영봉으로 천왕봉에는 선도성모가 반야봉에는 아버지의 신이 노고단은 할머니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리산은 그 넓은 가슴으로 민족을 품은 어머니의 산이다.

지리산은 세속에 지치고 시달린 수 많은 사람들을 받아 들이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달궁의 ‘마한피란도성’은 멸망하는 한 왕조의 도피처였고, 가락의 구형왕은 나라를 신라에 넘기고 지리산으로 도피하였으며, 권력투쟁에서 패한 수로의 7왕자가 성불한 곳도 지리산이었다.

고운 최치원은 말년에 지리산 선경 속을 거닐었으며, 구산선문의 하나인 남원 실상사는 우리나라에 선불교가 전래된 곳이기도 하다. 동학을 일으킨 최제우도지리산자락 남원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남부군의 이현상은 빨치산을 이끌고 동무들 저기가 지리산이요 하며 입산하여 수많은 피해를 입혀 아직도 그 상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지리산은 정여창, 남명같은 명현거유와 서산,진묵같은 고승선사들을 배출하여 우리민족의 정신문화를 가일층 정박하게 하였다. 지리산의 장대함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로움을 경남인에게 심어주었으며, 패기에 넘치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였다. 근년에 천왕봉정상에 ‘경남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이었다.

지리산은 하동것도 아니요 함양것도 아니다. 하동, 함양, 산청, 구례, 남원이 모두 지리산의 것이다. 지리산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닌 지리산으로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 우리가 남보다 먼저 선점하면 우리 껏이 될 수 있다는 소아적 발상보다는 어떻게 지리산을 지키고 가꾸는데 더 노력하여야 하지 않을까?

민족의 영산 지리산!
세상사람들의 어리석은 짓거리에도 말없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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