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강정마을 사이
남편과 강정마을 사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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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나는 정말이지 군인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아예 군인이 필요없는 그런 세상. 그러나 그런 세상은 불행히 아직은 없다. 생각하면 실로 소름이 돋지만 아마도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군인 없는 세상을 포기할 수도 없다. 나는 기필코 군인이 없는, 즉 전쟁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 그리고 그 전쟁없는 평화의 세상을 갖기 위해 영원히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에 반대를 한다.
 당연히 남편도 반대하는 쪽에 서서 내 편을 들어줄줄 알고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바로 오늘 아침에 출근하려는 남편을 붙들고서였다. 그런데 남편은 쉽게 대답을 하지 않고 나를 힐금힐금 봤다. 이에 나는 저 표정 뭐지하면서 내심 긴장했다. 남편은 평소 뭔가 내 의견에 반대를 하려면 그런 표정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말이야, 남편의 의견은 아주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얼떨결에 기습을 당해 가만히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출근하느라 집을 나가기까지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물론 제주도는 자연그대로, 아름다운 그대로 두어야 마땅하다. 제주도만이라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켜야 한다. 지키되 보다 적극적이고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지키지 않으면 임진왜란과 같은 아주 지독한 경우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독도를 보더라도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독도를 뺏기 위해 물밑작업과 물위작업을 병행하며 철저히 도발해오고 있다. 하물며 저 아름답고 그 자체로 거대 자원인 제주도를 지키자면 최소한의 해군기지가 건설되어야 한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할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남편은 출근했다. 약간 미안해하며 슬그머니 나가는 모습이 무책임해 보일 정도로 나는 딜레머를 겪고 있다. 예상밖 먹먹함이 견디기 어렵다.
 실은 내 주위의 친지와 친구들은 모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 나도 반대한다. 함께 반대하며 우물우물 묻어가기는 쉬웠다. 지금 나는 그런 친지와 친구들을 반대하기가 의견을 일치시켜 함께 나아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정말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직 완전히 반대하지도 않는데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완전히 친구들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하는 데에 나의 어려움이 끼여 있는 듯하다. 무엇과 무엇 사이에 끼여 있는 건 갈등 자체고 갈등은 숨쉬기조차 곤란하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라도 이런 상상을 해본다. 어느날 우리나라 주변국의 욕심 많고 심술긎은 어떤 '늠'들이 독도뿐만이 아니라 제주도도 '내꺼'다 라고 난리를 피우면, 소름이 돋는다.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고 진짜로 곤란하다. 우리는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를 보고 있고 알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을 거의 공중분해시키는 데는 불과 6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팔레스타인은 이제 국가가 아니므로 비자발급도 안된다. 즉 나라가 통째로 없어진 것이다. 이 엄청난 비극은 바로 '이천년 전에 이 땅은 내 꺼야.'에서 비롯됐다. 욕심많고 심술궂은 어떤 '늠'이 팔레스타인을 딱 밟고 서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무서운 일이지 않은가. 처음엔 팔레스타인은 그랬을 것이다. '뭔 말같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설마설마했을 것이다. 오늘날까지, 아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할 수도 없고 눈으로 볼수도 없다. 아침을 먹던 아이가 폭격을 맞아야 한다. 이제 진주시 만한 '가자'지역만을 붙들고 팔레스타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 팔레스타인은 우리나라의 몇 배의 영토였는데 말이다. 팔레스타인의 몸부림이 정말 눈물겹다.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생각할 때마다 처음부터 단호히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무겁다.
 그래도 군인은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이기는 좋은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아름다운 제주도를 지키기와 아름다운 제주를 보고 즐기기는 똑 같은 거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연구하면 좋은 절충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인데…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남편의 문제도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또 너무도 명백히 기지 건설을 하고자 하는 쪽만의 문제도 반대하는 쪽만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우리 문제다. 모두가 진지하게 탐구해야 할 것이다. 분명히 모두 즐거워하는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우린 모두는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데는 이견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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