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3치
3부 3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28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갑석/시인.전 배영초등학교장

수몰지구 고향의 흙을 한 움큼씩 옮겨다 마련한 옥상의 텃밭에 가지와 고추 그리고 오이 가지 등을 몇 그루 씩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보살피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가 않다. 그것들이 매일 색깔을 달리하며 기지개를 켜는 모습과 어느새 제각기 다른 꽃망울을 터뜨리며 앙증맞은 열매를 키워내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창문으로 녀석들의 싱그러운 눈웃음을 맞이하면서 이렇게도 좋은 일요일 아침에 느닷없이 생뚱맞은 ‘3부 3치’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보니 얼굴이 약간은 뜨거워짐을 느낀다. 흔히 여러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는 우스개 소리 정도를 거추장스럽게 늘어놓으려는 것에 대한 양심의 자책 내지는 궁색한 자기변명에 대한 어줍은 표현이리라. 성인과 현인들이 말씀하신 훌륭한 가르침에 비하면 조그만 티끌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 굳이 들먹거리는 것은 그것들이 가지는 부족함과 졸속함, 투박함과 유머러스함에 독자들이 혹시 귀 기울여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없지는 않다,

사람은 ‘3부 3치’ 중 ‘3부’에서의 ‘아부(阿附) ∙ 공부(工夫) ∙ 치부(致富)’ ‘3치’에서의 ‘사치(奢侈) ∙ 수치(羞恥) ∙ 염치(廉恥)’의 뜻을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알고 일상생활에서 정도(正道)를 지켜가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 것이다. 아부를 밥 먹듯이 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아부의 뜻을 애교로 살짝 바꾸어 보면 그 뜻이 맑은 물속의 유리구슬처럼 들어나지 않는가. 미련퉁이 곰 닮은 마누라 보다야 애굣덩어리 여우같은 아내가 더 좋겠다는 남정네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억지스런 얘기 같지만 이웃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아부가 살짝 드러나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공부란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일인데 공자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십대 중반에 지학(志學)하여 삼십대에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로 들어섬이 올바른 길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저 방울토마토가 한 알의 열매를 맺음도 다 때가 있듯이 공부에도 가장 적합한 시기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최근 들어 흔히들 평생학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세월을 놓치면 아무래도 힘이 드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본다. 어느 신문에서 본 듯한데 인생에 있어 가장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시기에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이라고 한다. 그 이유야 확실히 잘 모르지만 경제적인 바탕을 두둑하게 쌓을 수 있는 것도 적정한 시기가 있는가 보다. 여기에서 말하는 치부란 대단한 재력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의식주 생활에 있어 부족함이 없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도라면 좋겠다. 남부럽지 않은 부를 누리고 있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으리라. 때를 놓치고 게으름 피고 흥청망청 하다가 부모형제 속을 썩이고 일가친척을 힘들게 한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치’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치란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방탕하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는 것인 바 그 끝은 대개의 경우 자학이나 가정파탄을 불러오게 된다. 이런 경우 자신을 반성하지 않고 검소하고 성실하게 사는 이웃을 원망하는 못난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영예로운 일도 많이 보게 되지만 때로는 수치스런 일도 겪게 된다. 문제는 내가 자초한 이 수치를 수치로 인정하고 반성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작금의 정치나 종교 기업 쪽에서 수치심을 모르는 언행을 함부로 자행하는 모습에서 애틋한 연민의 정이 우러날 때가 많다. 염치란 결백하고 정직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염치란 것에 대하여 대단한 무게를 두고 엄격히 다루었다. 물때썰때를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사람이나 자기도취로 안하무인의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웃는 모습으로 독서를 즐기고 가정경제를 튼실하게 꾸려나간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또한 적당히 소비하고 지나친 일에는 부끄러움을 알고 매사에 염치를 차릴 수 있다면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복지국가 선진국가가 되리라 보고 그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