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찰은 주취자를 위한 공복인가
지역경찰은 주취자를 위한 공복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9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봉기/진주경찰서

진양호파출소 팀장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채비를 하는 순간 과연 오늘은 어떤 부류의 주취자를 맞이해야 할 것인지부터 걱정이 앞선다. 술에 잔뜩 취한 노인 한 분이 무턱대고 지구대(파출소)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며 다짜고짜 고함을 지른다. "야, 경찰관 우리 집에 태워 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안 된다고 하면 "뭐 이래,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주제에 주인이 태워주라면 태워줄 것이지" 하며 욕설을 마구 해댄다.
순찰차는 한 사람을 위한 차량이 아니고 민생치안을 위한 방범순찰을 해야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며 양해를 구해보지만 막무가내다.
일반 전화벨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린다. 단골손님이다. 막무가내로 욕을 해대기 시작한다. 상부에 전화해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모가지를 대 여섯 번 떨어뜨렸다 붙였다 한다. 청문감사실에도 이력이 나 있는 사람이다.
새벽 2~3시쯤이면 일 년 내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지구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며 "커피한잔 하고 갑시다"라고 한다.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커피한잔을 건네면 수고하라는 인사와 함께 귀가한다.
대리운전기사와 다툼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나간 직원이 술에 잔뜩 취한 40대 후반의 남자 한 명을 현행범으로 연행해 왔다. 대리운전기사를 때리고 출동나간 경찰관이 사건 경위를 물어보자 경찰관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여 연행하였다고 한다. 지구대에 도착하자마자 "야 XXX들아 전부 죽여 버린다" "야 이 XXX야 1대1로 한번 뜨자" 등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일행이 와서 달래보기도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모두들 술을 먹지 않으면 얌전한 중년신사다.
지구대의 하루는 이렇게 술에 취해 자신을 추스르지도 못하는 주취자들의 입에 담지도 못하는 욕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하룻밤을 새운다. 지역경찰은 과연 주취자들의 공복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