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선사와 九鼎(구정)스님 이야기
무염선사와 九鼎(구정)스님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7.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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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길/시인

‘敎(교)는 언어에 의한 한계적 가르침이라 하여 有舌土(유설토)라 하고 禪(선)은 無限(무한)한 眞如(진여)의 세계란 의미에서 無舌土(무설토)’라 하는 이론으로 禪風(선풍)을 일으킨 분이 無染禪師(무염선사)이다.

신라 말 홀어머니를 모시고 비단 장사를 하던 한 청년이 강릉을 가기 위해 대관령을 넘어가다 한 스님을 만났다. 바로 無染禪師(무염선사)이다. 그 스님은 풀 속에서 한참 동안이나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청년은 그 모습이 이상해서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이 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중생들에게 공양을 들이고 있지”
청년이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 하자 스님은 다시 말했다.“ 옷 속의 이와 벼룩에게 피를 먹이고 있다네”
한갓 미물에 불과한 중생들을 보살피는 이러한 스님의 행동에 감동받은 청년은 노승을 따라 동해 관음암에 도착했다. 청년은 자신도 수행자가 되겠다고 하자 스님은 시키는대로 하면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다음 날 노스님께서는 새로 들어온 행자에게 忍辱(인욕)과 하심을 가르쳐 주기 위하여 방편을 보인다.
추운 겨울날이다. 노스님께서는 청년에게 말했다. “道(도) 공부도 밥을 먹어 가면서 해야 된다. 밥을 지어야겠는데 솥이 잘못 걸렸다 저 솥이나 우선 잘 걸어 보거라”
청년은 하루 종일 걸려서 솥을 잘 걸었다. 무염선사는 솥 걸어놓은 것을 보더니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네 이놈 이 것을 솥이라고 걸었느냐 다시 똑 바로 걸어라” 다음 날 청년은 날이 새자 말자 솥을 다시 걸기 시작했다. 땀을 흘려 가면서 솥을 다시 걸었으나 노스님은 노발대발 하면서 꾸중만 하신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정성껏 걸었으나 야단만 맞았다. 아홉 번째 솥을 걸었을 때 겨우 꾸중을 면하게 되었다. 그 때 큰스님께서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흠 네 놈은 좀 쓸 만하구나”
그리하여 九鼎(구정)이라는 法名(법명)을 내려 제자로 받이들인다.
무염선사는 통일신라 말기,나라에서 國師(국사)로 인정되어 많은 사찰을 짓는데 그 역할을 한다. 충남 금산에 있는 신안사, 창원의 성주사 함안의 장춘사가 그가 불사하여 세운 절이다.
봄날 그 흔적을 쫓아 길을 나셨다. 長春寺(장춘사) 가는 길 바람이 꽃잎같다 긴 봄 햇살을 따라 가는 길, 길은 멀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무릉산 능선을 따라가니 나오는 절 하나, 겨울 눈밭에서 금방 뛰어나온 사슴 한 마리 같다.
뎅그렁 풍경이 외로운 장춘사, 약수 한 주걱에 뼈 속까지 달다. 생명을 존중하고 이 땅에 불교와 禪의 뿌리를 내린 무염선사의 물들지 않은 空(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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