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생각하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7.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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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30도를 오르내리는 7월 초순의 무더운 폭염 속에 며칠 전 필자는 친한 친구의 부고를 받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모든 것의 절대적인 끝이다.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끝이다. 맛있는 것을 더 이상 먹지 못하고, 그리운 사람도 더는 만날 수 없으며 아름다운 생각도,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도 더는 해 볼 수 없다. 죽으면 땅에 묻혀 흙이 되거나 불에 타서 재가 되어 버린다. 죽으면 다시는 돌아 올 수가 없다.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고 가까운 친구가 누워 있는 관 앞에 분향하면서 느끼는 처절한 슬픔. 그것은 죽음이란 것이 한 생명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궁극적인 사건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란 TV스크린에 단 한번 잠깐 스쳐가는 영상 같은 것이 아닌가? TV의 뒤를 보거나 속을 뜯어 봐도 한번 지나간 영상은 다시 찾을 수 없듯이 한번 세상을 떠난 부모, 친척, 친구는 다시는 볼 수 없다. 우리의 삶이 언젠가는 TV스크린의 지나가는 영상같이 아주 사라진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란 하나의 허상이며 스크린 뒤에 꺼진 영상이 진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동물의 세계라는 TV프로그램이 시청자 주위를 끄는 것은 그것이 동물로서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생식하고, 경쟁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동물들의 모습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면 인간의 운명이 동물들의 운명과 다를 바 없고, 죽음 앞에서 동물들의 삶이 허무하다면 인간의 삶도 또한 죽음 앞에선 동물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언젠가는 죽어 뼈도 남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사라질 인생, 고달프기만 한 인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반복되는 인생은 무엇을 뜻하는가? 삶은 허망하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더라도 결국 죽고 만다면 궁극적 의미는 없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생각하는 철학자이기 이전에 생물학적 동물이다. 우리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며, 태어날 때부터 삶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인생은 추상적 관념이기 전에 식물이나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이다. 잔인한 하이에나에게 잡혀 뜯어 먹히는 새끼를 바라보며 분노하고 슬퍼하는 가젤들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무력함과, 삶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본능적으로는 살아남으려고 목숨을 걸고 도망친다.
숨을 거두는 어머니의 임종 지켜보며 무한히 슬픈 나는 어머니를 땅에 묻고 돌아와 세수하고 저녁을 먹고 차 한 잔을 마셔야 하며 자식들의 장래를 걱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하이에나에게 뜯어 먹히는 새끼를 뒤로 하고 살아남으려고 도망치는 어미 가젤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그렇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누구도 거부 할 수 없는 자연의 질서이다. 이러한 질서 앞에서 인간은 엄숙함과 아울러 가장 나약한 갈대로서의 무력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역시 생각하는 갈대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인생의 의미가 있든 없든 인생의 의미를 생각 해 보는 것은 그 만큼 뜻있는 삶을 의미한다. 생각하는 삶.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사는 삶이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삶은 인간의 삶일 수 없으며 인간의 삶은 생각하며 살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겨울이 있어 봄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 숭고하고 귀중하다. 죽음이 삶의 궁극적 끝이기에 삶은 그 만큼 더 충만하고 죽음이 모든 의미를 박탈하기에 삶은 그 만큼 더 귀한 의미가 있다. 삶과 죽음의 영원한 순환의 고리 속에서 또 겨울이 오고 봄이 온다. 삶은 찬미롭다. 생각 할수록 더욱 그렇다. 생각하면 사는 삶은 아름답다. 깊이 생각하는 삶일수록 더욱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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