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라는 단어와 씨름하기
권위라는 단어와 씨름하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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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순/부산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요즈음 새로운 발레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소녀는 매일을 해결해야할 일들에 둘러싸여 골치가 아픕니다.
한번 들어 보시렵니까.
우선 소녀의 발레 만들기에 우정하나로 동참해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감사와 미움의 마음이 공존하고 이 마음의 갈등을 해결하느라 무척이나 골치가 아프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밤늦은 시간 먼 길을 달려와서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소녀가 만들어낸 생소하고 낯설기만 한, 더군다나 움직여도 움직여도 몸에 익지 않은 움직임들을 소화해 내느라 진땀을 흘리는 친구들이 가슴 뭉클하게 감사한데도 한편으로는 친구들에게서 보이는,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언어와 행동들이 소녀의 마음에 미움을 만듭니다. 소녀의 친구들은 나이에 차이가 많습니다. 거의 15년이 나니 흔히들 이야기하는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어느새 연습 중 서열이 정해지는 듯 한 모양새입니다. 춤을 만들거나 출 때는 나이가 많아서 옳게 잘하고, 나이가 어려서 틀리게 못하는 것이 아닌데 동생들은 어느새 옳게 잘하면서도 틀리게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언니들은 틀리게 못하면서도 당당히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한동안을 지켜보던 소녀는 너무 화가나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니들 모두 앞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한 명씩 움직여 주세요. 각자가 보신 후 스스로 맞고 틀리고를 판단해 주세요…”
며칠 후 소녀의 선생님이 소녀의 발레 만들기가 어찌 진행되는지 궁금하신 나머지 밤늦은 시간, 연습실에 오셨습니다. “한번 볼까, 음...주제가 뭐지”, “네가 만들고 있는 작품의 의도는 무엇이니”, “네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이해하기가 좀 힘이 드는구나”, “그리고 이쪽이 서있으면 저쪽은 앉아야지. 높낮이가 없어”, “저쪽이 움직이니 이쪽은 가만히 있어야지”, “움직임은 왜 이렇게 빠른 거니, 그리고 동작이 너무 많아, 더욱이 한번 봐선 모르겠어”소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발레 만들기를 마쳐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며칠 전, 소녀는 만들기에 꼭 필요한 물건을 빌리기 위해 어떤 곳엘 가야만 했습니다. 무언가를 빌려달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소녀는 죽을 만큼 그 곳에 가기 싫었지만, 자신의 일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는 더더욱 싫었기에 용기를 내어 그 곳엘 갔습니다.
‘똑 똑’
“누구십니까” “아, 네. 실은 제가 발레 만들기에 꼭 필요한 것이 이곳에 있다 해서 혹시 빌려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뭐요,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아 네 저는 발레 만드는 소녀입니다”
“발레, 누가 여기 가라 했소. 000요” “아닙니다”
“그럼 여길 어떻게 알아... 여보세요, 야, 네가 얘더러 여기 가보라고 했어, 몰라, 그럼 000한테 나한테 전화 한 통 하라 그래. 이봐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 “아니 잘 모릅니다”
“내가 말이지…”
그 곳에 서서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참을 들은 후, 한낱 소음에 지나지 않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오랫동안 들은 후에야 소녀는 소녀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의 존재 이유는 아마도 신기루와도 같은 권위를 내세우는 일에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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