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코 (電子鼻)
전자코 (電子鼻)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7.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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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전자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 기술은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을 대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거 기계화된 생산 공장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하던 단순반복 작업을 기계와 컴퓨터 기술이 조합된 자동화 기술이 대체하고 난 뒤에 기계 부속품처럼 일한다고 풍자되던 기계 조립 일을 맡아 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더 아이러니는 그런 자동화를 이끈 컴퓨터나 기계 기술자들도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산업 혁명에서 이루어진 인간 힘을 대체할 기계적인 힘은 점점 지능화된 컴퓨터 기술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소프트기술에 그 자리를 뺏기고 있다. 지능화되고, 사람만이 가겼던 많은 기능들이 기계 또는 컴퓨터 기술에 의하여 대체되어 나가는 것이 요즘 신기술의 특징이다.
그 가운데 오늘은 전자코 (電子鼻)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람의 코는 냄새를 맡는 후각 세포와 검출된 냄새를 전달하는 수용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감지된 냄새는 신경 세포를 통하여 뇌로 전달된다. 이러한 사람의 후각 인식 특징을 이용하여 전자코는 사람 코의 후각세포에 해당하는 매우 정밀한 센서와 센서에서 감지된 냄새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 뇌의 후각피질에 해당하는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후각세포는 코에서 감지한 냄새 정보를 뇌가 처리해 냄새를 지각하는 데 이처럼 사람이 만든 전자코는 초정밀 센서가 공중에 떠다니는 냄새분자에 반응하게 되고, 연결된 컴퓨터에서 뇌의 후각 정보처리를 하는 방식을 본떠서 만든 패턴인식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이용하여 다양한 냄새를 판별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코는 사람이 하던 음식의 맛을 알아내거나 냄새의 테스트에서부터 공장의 배출가스를 감시하거나 유독 성분을 찾아내고 마약 탐지견이 하던 것처럼 마약을 식별하며 위험한 환경에서 폭발물 검사와 같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만드는 센서의 정밀도를 높일수록 또 그 종류를 넓힐수록 전자코의 기능은 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전자코의 발전을 보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통각 등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사람이 구축해 둔 기억의 세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뇌는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하여 흘러들어온 정보를 단순히 감각된 냄새나 소리 세기의 정보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고, 그 정보가 머리에 전달되던 그 상황의 정보를 함께 기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와인을 맛보는 전자코가 있다고 할 때 그 전자코는 가장 잘 숙성된 와인이 어떤 것인지, 그 인식 프로그램에 따라 판별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특정 와인과 연관되어 가지고 있었던 추억과 그 추억을 만들었던 다양한 환경에 관한 정보를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재 기술의 한계이다. 그러기에 전자코나 전자기기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정서에 관한 정보를 삭제한 무미건조한 데이터로서의 정보만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컴퓨터에 기반을 둔 기술은 사람의 정서를 메마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잔디를 깎고 난 뒤의 풀냄새를 맡다 보면 어릴 적 버드나무 아래서 멱을 감고 올려다보던 하늘과 그 하늘 가득한 푸름과 구름 조각들, 이 모든 상념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을 전자코가 어찌 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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